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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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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가 처음 헤어졌던 때를 기억해. “이제 끝이야. 난 할 만큼 했어.”라고 말하면서 말이지.
왜냐면 우린 한 달 동안 만나지 않았거든. 그러더니 이젠 다시 돌아와서 말해.
“자기야 정말 보고 싶어. 맹세해 내가 바뀔게. 믿어줘.”
그게 하루밖에 안 간 거 기억해?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 같은 이 문장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가사이다. 전 남친들과의 결별 후에 그들에 관한 디스 곡을 만들어 화제가 되자 도리어, “나는 전 연인들의 긴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너에게 내가 미쳤다고 할 거야. 하지만 난 빈칸을 만들어 놨어. 거기에 네 이름도 넣어줄게.”라며 도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뿐인가? 잘못된 루머 때문에 뱀으로 도배된 댓글 테러를 당한 뒤에도 “내게 뱀 이모티콘과 돌을 던져도 난 절대 안 무너져. 작작 해. 나 붙들고 늘어지지 좀 말고.”라고 덤벼든다. 오히려 자신의 공연에 거대한 뱀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를 가득 채우는 그녀가 2023년에 공연 수익으로만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를 넘게 벌었다. 그녀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마다 경제가 들썩거리자 급기야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심지어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그녀에 관한 강좌까지 개설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한 젊은 여성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왜 세계는 열광하는 걸까?
그런데 이런 막강한 그녀와 같은 지역에서, 그것도 바로 이웃한 장소에서 공연하게 된 우리나라 가수가 있다. 아이유다. 미국과 한국의 국민가수로 꼽히는 이 둘은 공교롭게도 오는 6월 런던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두 가수 모두를 좋아하는 팬들은 같은 호텔에 머물며 두 공연 모두 감상할 생각에 들떠 있는 모양이다.
180센티의 큰 키에 당당하고 섹시한 테일러와 아담하고 여린 아이유는 사뭇 대조적이지만, 그 둘은 놀랍도록 공통점이 많다. 스위프트가 한물간 컨트리 뮤직을 들고 나왔듯, 아이돌 그룹이 대세인 한국에서 아이유는 솔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경험을 노래에 담아 풀어낸 것처럼, 아이유도 10대에 데뷔한 뒤로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 일기를 쓰듯 앨범을 만들어왔다.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기타를 치고 프로듀싱도 한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준비해서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위기의 순간들을 슬기롭고 당당하게 넘어왔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색깔로 음악에 녹여내며 대중의 사랑을 모아가면서 오늘의 위치에 올라섰다.
최근 오픈AI에서 텍스트 투 비디오(Text to Video)' 모델인 SORA를 공개했다. 간단한 문장 몇 개면 현실에 가까운 동영상을 뚝딱 만들어준다. 열흘 전엔 국내 연구진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약물 전달체나 질병 치료 로봇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나노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사흘 전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최대 통신 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자고 나면 영화에나 나올법한 것들이 현실화되어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이 시대에 정말이지 무엇이 인공지능과 다른 인간다움일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정말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게 경쟁력이 되었다. 나아가 AI가 해낼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영(Soul)적 역량이 정말 중요해지고 있다.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데미안(1919), 헤르만 헤세-
100여 년 전 헤르만 헤세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 절실하다.
김건영 (맞춤형 성장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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