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보일러가 없는 일반 주택이다.
집 밖인지 집 안인지 기온만 가지고는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집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복을, 그것도 에어메리를 온 식구가 입고 산다. 스타일을 생각해야 하는 모임에 가야 할 경우에도 그저 따뜻한게 제일이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입고 간다.
따뜻한 봄이 될 때까지 늘 애지중지 아끼며 입다 보니 이젠 내복을 입지 않으면 왠지 허전할 지경이다. 그러나 추운 집안에서 지내다 따뜻한 난방이 잘되는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얼굴은 온통 새빨개지고 온몸이 답답해져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마다, 내복을 입고 온 것을 후회하지만 그날 그 순간 잠시뿐 일상 생활에서 다시 춥게 생활하다보니 다시 잊어버리고 똑같은 우를 범하며후회를 반복하곤 한다.
어쩌다 보일러가 있는 집이라도 놀러 가면 한국처럼 뜨끈뜨끈한 맛은 아무래도 떨어지지만 집안이 전체적으로 훈훈하여 마음까지 너그러워지는 느낌이다. 냉기만이 가득 찬 우리 집과 비교하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기에 황송해지기까지 한다. 보일러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마 한국에 사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여름에는 무더위를 어떻게 견딜까 겨울이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고민부터 되는 상하이. 나도 보일러가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강희 (hee65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