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임시정부 부인하는 뉴라이트 인사"
韩 독립운동단체들도 8•15 광복절 기념식 ‘보이콧’
[사진=상해흥사단이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지난 11일 상하이임시정부 기념관에서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출처: 상해흥사단)]
8•15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한국 내 일부 독립운동단체가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기로 한 가운데, 상해흥사단도 오는 15일 열린공간에서 개최 예정인 8.15 기념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은 8월 15일 오전 11시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 후원, 상하이총영사관 협조로 열릴 예정이다.
상해흥사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부인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비판하며 기념식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명필 상해흥사단 대표는 “역사는 역사다, 사실은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사가 따로 기억돼서는 안 되고, 사실 또한 편의에 따라 왜곡되거나 소실되어서도 안 된다”는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새겨진 문구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인하는 역사관을 가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불만을 표했다.
이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에 제정한‘대한민국임시헌장'을 인용하며“‘우리가 흘리는 한 방울의 피가 자손만대의 자유와 복락(福樂)의 값이오…’라고 선서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후손들을 위해 피를 흘렸는데, 후손들이 할아버지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 흥사단에서 8.15 광복절을 기념해 상하이를 방문하는데 기념식 행사에 불참하기로 하고, 상하이와 화동지역 임시정부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으로 8.15 광복절을 기념할 것”이라고 전했다.예비단우, 통상단우 포함 총 27명이등록된 상하이흥사단은 지난 3월에도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일제강제동원 배상안 철회를 요구하며 ‘대일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재중국교민 만인연대’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3•1독립유공자유족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들로 구성된 연합체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향단연)’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뉴라이트 성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유족들이 함께 모여 구성한 단체인 ‘광복회’도 “광복의 기쁨을 기념하는 행사인데, 일제시기 우리 민족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면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사람이 독립기념관 관장에 앉아 있는 한 참석할 의미가 없다"며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독립운동을 평가절하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을 임명하는 것은 독립기념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철저히 부정하는 행위"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민족문제연구소도 오는 10일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한국 주요 언론들도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우려했다. 동일보는 <독립기념관 이사 이어 관장까지 굳이 논란의 인사를…>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사회적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른 한국 사회에서 독립을 기념하는 일은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될 수 있는 몇 안되는 합의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에서까지 굳이 ‘역사에 정치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반발을 사며 논란을 자초했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광복회장, ‘뉴라이트 인사’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일제 밀정 같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광복회 입장을 전했다.
‘뉴라이트’ 계열은 우리나라 건국시기는 1948년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상하이임시정부역사를부정하는 것이며,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면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장 △동북아역사재단 △국가교육위원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모두 ‘친일 뉴라이트’ 인사들이 임명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한국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독립기념관 제13대 관장으로 취임한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김 관장은 총신대 교수를 지내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 안익태재단 연구위원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