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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 6] 깊은 계곡과 울창한 대나무숲 ‘닝보 팅시링(宁波亭溪岭)’

[2024-08-17, 06:04:42] 상하이저널
기차를 타고 바라본 바깥 풍경은 쏟아지는 비로 한치 앞도 안 보인다. 비가 아무리 거세게 와도 길 떠남을 멈출 수는 없고, 비 내리는 날에 마주할 풍경을 기대하면서 닝보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기 위해 남광장 버스 정류장에 갔다. 하늘엔 진한 먹구름이 덮여 있고 쌩쌩 불어오는 바람은 상하이와는 다른 바다내음을 품고 있다. 비바람과 먹구름이 으름장을 놓아도 길을 떠나야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오늘은 내 생의 유일한 날이니 신나는 산행을 즐겨보자! 


팅시링 입구에 도착하니 비는 멈추고 엄청난 매미들의 요란한 합창소리가 맴맴맴 들려오고, 졸졸졸 흐르는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어서 오라 손짓하니 하늘에 먹구름쯤이야 가볍게 무시하고, 신이 나서 산행을 시작했다. 30분 정도 올라가니 두꺼비 바위 안내판이 나온다. 

“두꺼비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텐데, 이번에는 한 번 만져보고 인사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가갔다. 두껍아! 두껍아! 내 소원도 들어주렴. 

“내 소원은 나만의 색채와 철학을 가지고 자연을 사랑하는 열정을 지속하는 것이야!"


시원하게 쏟아지는 계곡 앞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물소리와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기다렸다가 얼큰한 컵라면으로 고향의 향수를 달랬다.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마시는 커피믹스 또한 얼마나 달달하고 향긋하고 맛있는지 모른다. 
 
[사진=물봉선화]

그리고 근처에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계곡 가까이 물가에 피어있는 자줏빛 물봉선화 꽃을 따서 손톱위에 올려놓고 예쁜 물이 들기를 기다려본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꽃말처럼 개성있는 물봉선화는 물을 좋아해서 물 근처에 서식한다고 한다.

즐거운 산행 


팅시링(亭溪岭) 입구에서 양밍팅(阳明亭)까지 오르는 길에는 가끔씩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양밍팅을 지나면서는 거의 사람을 볼 수 없다. 진짜 산행은 양밍팅을 지나서 송스링(松石岭)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이다. 계곡은 더 깊고 바람은 시원한데, 길은 험하고 약간 미끄럽다. 콸콸콸 쏟아지는 폭포 소리와 재잘대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한적한 산길을 유유자적 한가롭게 거닐면서 자연의 신비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시원한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면 사각거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끝도없이 이어지는 대나무 숲 산책로가 나온다. 사각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대나무 숲을 걷는 즐거움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까? '대쪽같은 성미'라고 하면 강한 느낌이 들지만, 나의 노년은 대쪽같은 노인이고 싶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나이를 먹을 수록 삶을 더 멋지게 살아가는 강인한 노인이 되고 싶다. 대나무를 보면 성장을 향한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굽히거나 꺾이지 않고 거침없이 성장하는 대나무처럼 나 또한 거침없이 살아가고 싶다.

산이 좋은 이유


산이 좋은 이유는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직접 보고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매주 갈 때 마다 일신우일신(나날이 새롭고 또 나날이 새로워진다)처럼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자연은 놀랍게 변화를 한다. 며칠 전에 화려했던 꽃들도 순간에 뚝뚝 떨어져서 흙 위에서 나뒹굴고, 보리밭의 황금 물결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파릇파릇한 벼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그런 자연의 변화는 나의 감수성을 두드려서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고, 나의 삶을 성실하고 감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팅시링의 계곡과 대나무 숲 길은 비가 왔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겠지만, 변덕스러운 날씨가 비가 올듯 말듯 하다가 잠깐 쨍하고 빛도 나다가 다시 흐려서 비가 올듯올듯 하더니 내가 닝보역에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몰아친다.  

팅시링 가는 방법 

홍차오역(上海虹桥火车站)에서 7시 32분에 출발해서 닝보(宁波)역에 9시 41분에 도착했다. 남광장 버스 타는 곳에서 179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팅시링 입구에 도착한다. 
•홍차오역-닝보역: 2시간 9분 소요 
•기차요금: 116元

[닝보 팅시링(宁波亭溪岭古道)]
•입장료: 무료 
•주소: 宁波市横溪镇周夹村83号亭溪岭


정은희 
상하이산악회 단체방을 운영하며 매주 상하이 인근 산행을 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상하이리포터, 한국컬러앤드패션트렌드센터(CFT) 패션애널리스트, 상하이 <좋은아침> 기자로 활동했다. (wechat ID golo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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