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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위엔루(愚园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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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첫 키스를 했는가.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나 술자리 진실게임에서나 받을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건 마지막 키스가 언제였는지 묻는 말이었다. 티브이 토크쇼에서 그 질문을 받았던 사람은 당황했지만,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재치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녀가 연인과 헤어졌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게 아니라, 나처럼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었기에 그 질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실은 당시 내가 그녀처럼 마지막 키스가 언제였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한동안 혼자 애태우는 시간을 보냈다. 양치질하고 향수를 뿌리고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기를 여러 번. 처음 만난 남자도 아니고, 남의 남자도 아닌데, 왜 키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문정희 시인의 시에 나오듯 남편은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라 금기처럼 느껴지는 걸까. 내 입 속에 거미가 집을 짓는 끔찍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에게 다가가 두 번째 첫 키스를 했을 때, 연애 시절 첫 키스보다 더 설렜다. 실패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하며 갈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을까.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왕자가 키스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 키스하고 영원한 잠에서 깨어났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시들어가던 자신의 영혼에 스스로 생명을 불어넣고, 평범한 그를 왕자로 만들었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고명재 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일부)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카페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서일까. 꽤 더운 날인데도 그와 함께 위위엔루를 한참 걸었다. 골목길에 들어서자, 볼거리가 많았다. 오랜 수선집이나 양복집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전철 내부처럼 꾸며 놓은 포토 존도 있었다. 분홍빛 의자에 나란히 앉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어느 순간 그의 입술에 가 닿아 있는 내 입술. 시끄럽게 잔소리하던 이성은 잠잠해지고 잠들어 있던 육체가 눈을 떴다. 갑자기 누가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공간에서 마치 세상에 둘만 존재하듯 눈을 감았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오직 상대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이자, 온전히 항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스치듯 아쉬운 입맞춤이었지만, 머나먼 과거로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몽롱해졌다.
침 속에는 항생물질과 강력한 면역 물질이 있어 키스를 자주 하면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아침 키스를 하는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남자들보다 평균 5년은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학적 분석은 집어치우더라도, 사랑과 생명의 상징인 키스가 없는 삶을 정말 살아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닷가에서든, 도자기 가마 앞에서든, 수영장 물 속에서든, 자동차 보닛 위에서든, 엘리베이터 안에서든, 비가 퍼붓는 허름한 뒷골목에 거꾸로 매달린 채든, 당신이 언제 어느 곳에서 키스하든 상관없지만, 잔인한 질문을 던져 본다. 마지막 키스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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