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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온라인으로 ‘완쓰푸 万师傅’

[2024-09-11, 16:55:45] 상하이저널

사냥과 채취로 생활하던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며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농경사회에서 집단에서 떨어져 살 수 없었다.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혼자 농경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공동체를 통해 생존했고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몇 만년동안 그렇게 이어져 오던 인류 삶은 불과 200년 만에 급격한 산업화, 기술화, 고도 성장을 통해 집단적 삶에서 초개인 삶으로 바뀌었다. 집단을 통해 얻어지던 안전, 보호, 도움이 이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능해졌다. CCTV, 경보기로 안전을 지키고 호출 버튼으로 공권력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체력과 기술이 필요한 일은 이제 앱에서 가격 견적 보면서 도움받을 수 있다. 나같은 외국인도 중국 살면서 불편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산업화와 기술, IT, 모바일페이 발달 덕이다. 


나는 상하이에 산다. 15년째 중국 살고 지금 사는 집에 3년째 거주하고 있다. 상하이는 중환, 외환을 기준으로 도시 구역이 나눠진다. 외환 도로가 바라보이는 우리 집은 시끄럽다. 창문 열어놓을 수 없고 밤에 잘 때도 외환도로 소음이 들린다. 소음 때문에 이사도 고민해 보고 온갖 방음 장치를 다해봤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창문 하나 더 추가했다. 창문 추가하면서 방음을 위해 추가로 달아 놓았던 두꺼운 커튼을 떼어냈더니 아침에 해 뜨면 햇살이 커튼을 뚫고 들어온다. 평일에는 잠을 좀 일찍 깨도 되는데 주말에는 늦잠 좀 자고 싶다. 블라인드를 하나 추가하기로 했다. 

무슨 일을 하든, 블라인드를 하나 사려고 해도 상하이도 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해야 한다. 타오바오 앱에서 판매자에게 블라인드 주문한다고 하니 치수 측정 동영상까지 보내주며 자기가 시키는 대로 재달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측정해서 보냈다. 치수 틀려서 안 맞아도 내 돈 나가지, 자기 돈 나가냐. 벽에 구멍 뚫지 않고 끼우는 스타일로 주문했더니 벽 재질은 어때야 하고 최소 창틀 면적은 얼마여야 하고 창틀소재는 어때야 하고 깨알같이 작은 중국어로 따따따 쏴준다. 힘들다. 아쉬운 사람이 참아야지.


이틀 만에 블라인드가 왔다. 빠르기도 해라. 블라인드는 왔는데 다는 게 문제다. 맥가이버를 불러올 수도 없으니 완쓰푸(万师傅)에서 부르기로 했다. 완쓰푸 앱(우리나라 숨고 비슷한데 주로 집안일 특화)에서 집안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자를 구할 수 있다. 전등 교체, 하수구 막힘, 가구 조립부터 집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 집단생활에서 해결해야 했던 일을 이제는 개인이 다 해결할 수 있는 초개인화 시대다. 블라인드를 달아 달라고 주문냈다. 창문 크기, 재질, 높이, 블라인드 소재, 설치 방식까지 입력해야 하는 것도 많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아저씨가 와서 블라인드 포장 풀러 툭 끼더니 양쪽에 나사 2개 박으면 어떻겠냐고 한다. 중국은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해야 하니까 못 하나 박는 것도 집주인 허가 받아야 한다. 이사 나가도 두고 갈 거고 이사 올 사람도 필요할 테니 나사 박으라고 했다. 블라인드를 쳐보니 치수 측정부터 주문, 사람 불러 다는 일까지 고생한 만큼 햇볕 차단 효과 있다. 안나의 창에 햇볕 가리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무리 앱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도 직접 혼자서 다 하기란 쉽지는 않다. 이제 주말에 쿨쿨 늦잠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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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 드디어 끝난 중국 제로코로나를 기록한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blog.naver.com/na17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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