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마피아. 지난 10일 ‘상하이 인베스트 위크’ 교육 세션에서 필자가 강의한 ‘실리콘밸리 정신, 제로투원’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듣고, 행사에 참가했던 우리 스타트업 10개사가 결성한 모임의 이름이다. 사실 교육이 끝나자마자 이미 참가기업 대표 중 몇몇은 개별적으로 소속 기업의 이름 등을 넣어 ‘OO 마피아’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성공하겠다고 다짐(?)했고, 어떤 분은 내 강의에 등장하는 실리콘밸리 인물이 겪은 어려움이 지금 현재 당신 회사의 사정과 똑같다며, “우리 회사도 버티고 성공해서 꼭 좋은 소식 알려드리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강의는 필자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의 모 대학원에서 가르친 과목 중 하나로, 실리콘밸리 최고의 파워 그룹인 페이팔 마피아와, 조직(?)의 대부인 피터 틸(Peter Thiel), 그리고 그의 저서이자 스타트업 교과서로 간주되는 ‘제로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자상거래, 온·오프라인 마케팅, 유통 등 필자가 강의했던 다른 어떤 과목들보다, 유독 실리콘밸리와 제로투원을 강의할 때 가장 가슴이 뛰었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설레임을 최대한 오롯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했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에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중국의 투자자(VC)들을 연결시켜 주는 ‘상하이 인베스트 위크’를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가뜩이나 벤처투자 생태계가 약한 우리나라인데 경기마저 안 좋으니 우리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을 곳이 없어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중국도 경제가 부진하긴 하지만, 벤처 투자 펀드 규모가 우리나라완 비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한데다, 첨단기술을 알아봐주고 기꺼이 투자할 가능성도 우리나라보단 큰 게 사실이다. 한·중 양쪽 모두의 니즈가 맞을 것 같아서 한국벤처투자의 이창민 소장께 취지를 설명드리자 흔쾌히 같이 해보자며 적극 나서 주셨다.
예상은 적중해서 첫 행사인 ‘제 1회 상하이 인베스트 위크(2023. 9월)’ 참가기업 모집 시작 열흘 만에 우리 스타트업 99개사가 신청했고, 이들 중 중국 투자자의 간택(?)을 받은 16개사와 중국 5개 투자기관의 미팅이 서울 COEX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3달 후인 작년 12월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함께 참여하여 상하이에서 우리 스타트업 10개사와 중국 투자자 15개사가 상담회를 진행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무역협회 주최로 매년 COEX에서 개최되는 ‘넥스트 라이즈’ 행사기간에 맞춰 중국 VC 8개사를 한국으로 보내 우리 스타트업들과 상담을 하도록 했다.
이런 행사에 대한 니즈는, 이달 초 ‘중국 국제투자무역박람회’의 한·중 기업교류회 주관 기관의 자격으로 출장갔던 푸졘성 샤먼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께서, “무역협회에서 우리 유망 바이오 기업들과 중국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장을 마련해줄 순 없겠나”고 물으시길래, 이미 작년부터 그런 상담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니, 그걸 왜 내가 모르고 있었죠?”(^^)라며, 향후 바이오협회와도 공동으로 개최해달라 하셨다. 놀랍게도 바로 당일 카카오톡으로, 개인적 친분이 있으시다는 우리 회사 최고경영진 중 한 분께 “상하이지부와 행사를 기획하려는데 꼭 지원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셨다 한다.
이번 ‘상하이 인베스트 위크’에 참가한 기업 대표 중 한 분은 당신의 반도체 관련 제품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이 분이 식사자리에서 “중국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언젠가 중국의 시대가 올 거다. 그때를 바라보고 우리는 큰 시장 중국부터 진출하고 싶다”고 덤덤히 말씀하셨다. 문득 2000년대 초반 모 증권사 광고 문안 중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남들이 다 중국을 외면할 때 중국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우리 스타트업들의 기대가 희망과 보람이 되어 보상받기를, ’상하이 마피아’ 단원들이 지금은 캄캄한 터널을 지날지라도 결국엔 성공의 밝은 빛을 맞이하기를, 그리고 함께 웃으며 오늘을 회상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