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태국 현지 촬영을 위해 태국으로 떠난 뒤 실종된 중국 배우 왕싱(王星)이 영화 제작진으로 사칭한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왕싱은 실종 나흘째 되는 날인 7일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역인 메솟에서 태국 경찰에 구조됐다.
8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등 주요 매체는 7일 밤 태국 국가경찰청 기술 정보 범죄 대응센터가 실종된 중국 배우 왕싱을 구조해 이민경찰교육센터로 이송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구조 당시 왕싱의 머리는 삭발된 상태로 다리에는 붉은 반점인 모반이 발견됐으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왕싱은 지난 3일 태국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고 촬영을 위해 태국 방콕으로 향했으나 도착 후 영화 제작진으로 여긴 이들의 차량을 타고 이동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왕싱의 여자친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실종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 다수 연예인이 이에 동참하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태국 경찰은 추가 조사에서 왕싱이 인신매매 피해자임이 확인됐다면서 보호 절차에 따라 되도록 빨리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조 후 왕싱은 경찰 비행기에서 납치 과정을 직접 밝혔다. 왕싱은 강을 건넌 뒤에도 미얀마에 도착한 사실을 몰랐다면서 무장한 이들에게 강제로 차에 탑승한 뒤에야 다른 나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있던 건물에 최소 50명의 사람이 있었고 다른 건물에도 외국인들이 많았다면서 자신의 머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강제로 삭발당했으며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삭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왕싱 진술에 따르면, 미얀마에 도착한 후 그는 2~3일 동안 사기 관련 훈련을 받았다. 훈련 내용은 주로 문자 사기로 음성 전화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왕싱은 자신이 구조되지 않는다면 같은 중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싱 구조 당시 감금 장소는 두 곳으로 첫 번째 장소와 두 번째 장소에 각각 10명, 50명이 중국인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 ‘아폴로 후이황’을 성공적으로 소탕했으며 ‘골드 타이거’라 불리는 배후 보스와 ‘위 사장’으로 불리던 광동 출신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신매매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방송인 쉬보춘(许博淳)도 제작진이라 사칭하는 조직에 속아 미얀마로 넘어간 뒤 전자사기 지역에서 100일 이상 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얀마 전자사기 지역에서 사용되는 ‘고수익 사기’ 중 하나로 일반 배우, 인플루언서 등을 타겟으로 삼는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은 순진한 배우가 일을 급하게 찾으려는 심리 이용한 악의적 행위로 7일 오후 중국 방송텔레비전 사회조직 연합회 배우 위원회는 관련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계약 체결 전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