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에 본격 나선다. 중국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제10기 4차 전체회의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확정한다. 이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빈부 격차가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부터 시작하는 11차 5개년 계획 초안을 설명했다.
원 총리는 이 기간 동안 신농촌 건설, 성장방식 전환, 지역간 협력 발전, 화해사회 건설 등 6가지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신농촌 건설’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작지의 안정적 확보, 2·3차 산업 농촌 유치, 농민의 비농업 분야 진출 등이다. 원 총리는 “올해 약 3400억위안(약 44조원)을 농촌·농민·농업 등 ‘삼농’ 문제 해결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총리는 올해 경제도 성장률 8%, 물가 3%, 실업률 4.6% 이내로 묶고 일자리 9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성장보다 ‘안정’에 좀더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78년 0.18에서 2000년 이후 0.4를 넘어선 상태다. 수치가 1.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0.4가 넘으면 불평등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톈진 난카이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지니계수가 지난해 무려 0.5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달 5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선 도시민 하위 2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2.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의 소득에 비하면 4.6% 수준이다. 보고서는 “특히 업종간, 직종간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엔 부자를 증오하는 ‘처우푸’ 현상이 심해지고 이들을 겨냥한 강력사건이 잇따르자 범죄 공포에 떠는 부자들을 위한 ‘부자보험’ 상품까지 나왔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상속세·최저임금제 등 소득 재분배 제도가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런 법률들의 제정 문제도 토론된다. 전문가들은 유산세(상속세)와 폭리세 신설, 최저임금제 실시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류푸위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사회주의 사회는 잉여의 대부분을 사회 소유로 돌려야 마땅하다”며 “유산세 징수는 빼놓을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독점산업인 석유·석탄 산업에 미국처럼 폭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유산세는 재산 해외도피를 부추기고, 최저임금제는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기득권층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소득 재분배 관련법들이 가진자들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