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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법원은 누가 옳은지 판단해 주지 않는다?

[2006-03-07, 00:09:05] 상하이저널
청주지검에 내려가 시보 검사를 할 때의 일이다.

A그룹 3명이 B그룹 2명을 때려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사건을 맡아서 처리하는데, A그룹 3명의 진술과 B그룹 2명의 진술이 완전히 달라서 도저히 누구 말이 맞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A그룹은 “B그룹 2명이 먼저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서 이를 따지자, B그룹이 먼저 폭력을 행사하길래 A그룹도 맞상대를 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많다 보니 B그룹에게 큰 상해를 입히게 되었고 자신들도 상처가 안 나서 그렇지 많이 맞았다”는 주장이고, B그룹은 “A그룹 3명이 이유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놓고서는 이유 불문하고 때리기 시작해서, 자기네들은 저항 한번 못해보고 일방적으로 얻어 맞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A그룹 3명과 B그룹 2명이 모두 소위 집단 폭력행위(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송치가 되어 검찰에 왔는데, B그룹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A그룹과 함께 엄한 형벌로 (3년 이상의 징역) 송치되어 온 것이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그 억울함을 해소해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사정을 종합해 보면, A그룹이 B그룹을 일방적으로 폭행한 사정은 충분히 심증이 갔다.
그러나, A그룹이 자신들도 맞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고 B 그룹 이외에는 별다른 목격자도 없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보고 싶다. 자, 이런 경우에 여러분이 검사나 판사라고 한다면 어떤 결정(판결)을 내릴 것인가?

A 그룹을 엄벌에 처하고 B 그룹은 무혐의로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A 그룹과 B 그룹을 모두 폭행죄로 처벌할 것인가?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싸우다 선생님한테 들켜서 혼나 본 적이 있는가?
이 때 선생님의 성격에 따라, 누가 잘못했는지를 일일이 따져 더 잘못한 학생을 혼내키는 선생님도 계셨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둘 다 나쁘다고 똑같이 벌을 받게 한 선생님도 계셨을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후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들은 왜 이런 처벌을 내리셨을까? 왜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 주시지 않고 둘 다 잘못했으니 벌을 받고 서로 사과하라고 하셨을까?
위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일일이 따져 보아도 양쪽의 말이 틀리고 누구 말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처벌을 통한 교육의 효과를 가장 증진시킬 수 있을까 하는 확률의 문제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선생님의 선택은 4가지가 있을 수 있다. (1)둘 다 문제 삼지 않고 혼내지도 않는 방법, (2) 실제로 잘못한 학생만을 골라내 혼내는 방법, (3) 실제로 잘못하지 않은 학생만을 잘못 골라내 혼내는 방법 (4)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지 않고 둘 다 혼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미 서로간에 싸움이 커져 얼굴에 상처까지 나고 한 상황에서 (1)둘 다 문제삼지 않고 혼내지도 않는 방법은 적절한 대처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2), (3) ,(4) 중 한가지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3가지 방법 중 한가지를 택하는 것은 정확성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1/3의 정확성밖에는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처벌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못한 사람만을 정당하게 혼내키게 되었다면 처벌의 효과는 100점 만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세심하게 살펴보고 처벌을 한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못을 전혀 하지 않은 학생만을 혼내키게 되었다면, 잘못하고도 혼나지 않은 학생의 입장까지 고려했을 때 처벌의 효과는 마이너스 200점이 될 것이다. 한편,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지 않고 두 사람을 모두 혼내킨다면 처벌의 효과는―적어도 실제로 잘못한 사람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50점은 될 것이다.
게임이론을 공부해 보신 분들이나 공부 안하신 분들이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100점을 맞으려고 노력하다 마이너스 200점을 맞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50점짜리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오판 할 수 있다. 이는 선생님도 검사도 판사도 마찬가지다. 1심 재판이 2심, 3심 올라가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판단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옳고 그름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양쪽의 말을 듣고 일일이 따져 보았음에도 진술이 일치하지 않을 때, 혹시라도 자신이 평소에 더 아끼는 학생의 말을 편들어, 덜 아끼는 학생을 처벌한다면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세상에 이것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법원은 폭력으로 싸움을 한 당사자들의 말 중에 누구 말이 옳은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즉, 누가 먼저 잘못을 해서 폭력을 행사했고, 누가 이에 대항하여 저항을 했는지를 가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간에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서 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서로간에 진술이 일치되거나 합의를 할 가능성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법원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싸움을 한 양측을 모두 처벌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공식 입장이다. 법원에 나와서 진술하는 피고인이나 증인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법원은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 모두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법불신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법원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들은 위와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막연히 나마 생활의 지혜로 알고 있어 자식들에게 늘 “친구와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놀아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부모님들의 위와 같은 말씀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신은 정의의 편에 서서 싸움에 뛰어 든다고 생각하지만(요건이 아주 엄격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아주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도 싸운 사람과 함께 수 차례씩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게 되고 종국에는 함께 전과자가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남과는 폭력을 행사하며 싸워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학교에서 불미스러운 폭행사건이 있었다는 교민 신문들의 보도가 있었다.
양쪽 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은 한국에서의 형사고소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할 수 있겠다.

CHINA DREAM을 안고 건너 온 머나먼 이국 땅에서 벌어진 한국인들끼리의―사과만 하면 끝낼 수도 있는―다툼을 가지고 본국에 가서 형사사건화하여 양쪽이 모두 전과자가 되는 어리석은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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