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풍수지리가는 상하이에서 풍수지리가 건물의 구성에 영향을 준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많은 기업이나 사업가들은 재물이나 길운을 부르기 위해 풍수를 믿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이들은 설사 풍수를 따랐더라도 공공연히 인정하지는 않는다.
징안취의 중신다샤(中欣大厦)도 특이한 건물외형으로 풍수에 따르지 않았나 추측을 낳고 있는 건물 중 하나다. 중신다샤 문앞에는 4개의 큰 기둥이 입구를 막고 있고 전체 건물은 밑층이 텅 비어있어 공중에 떠있는 듯하다. 문에 들어섰을 때 의례 있어야 할 로비는 없고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트만 있을 뿐이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건물이 마치 중국 역대 왕조의 화폐인 원보(元宝)를 닮은 듯하다고 말한다. 주차장 설계 또한 불편하게 돼 있다. 출구가 우불구불 뻗어 있는데다 그 좁은 길목에 녹색식물까지 놓고 있어 퇴근시간대면 언제나 차들이 몰려서 북새통을 이룬다고 많은 사람들이 불평한다.
풍수가는 주차장 출구가 구불구불 나있고 녹색식물까지 더한 것은 재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재물을 불러들이기 위한 풍수라고 해석한다.
중신다샤의 맞은편에 위치한 포트만호텔(波特曼大酒店)은 당당한 위풍을 뽐내는 궁정식 건축물이다. 그러나 한 풍수가는 먼 곳에서 바라보면 이 호텔이 마치 구식 팔걸이 나무의자(太师椅)를 방불케한다며 호텔 외형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운을 불러오도록 돼있다고 해석한다. 그는 뒷 편 주 건물은 등받이, 건물 양측의 조금 낮은 오피스빌딩은 의자의 팔걸이, 아랫층 로비는 의자의 앉는 부분, 반구형 문은 의자다리에 해당한다고 풀이한다.
푸동 육가취에 위치한 푸파다샤(浦发大厦), 정문 앞에는 2마리 사자 조각상과 연못이 있다. 뒷문에는 한백옥으로 만든 2마리 사자 조각상이 놓여있고 측면 벽에는 타오를 듯 붉은 닭 부조(浮雕)가 있다.
여기에는 2가지 각각 다른 소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예전에 이곳이 묘지였기 때문에 이 같은 조각을 하게 되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건물 외형이나 구조가 우시(无锡)의 영산대불(灵山大佛)을 본뜬 것이라는 설이다. 문 앞의 연못이 바로 영산대불 앞의 호수를 뜻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푸파다샤 양측에 있는 고층건물은 산에 비유돼 푸파다샤가 마치 산에 의지해 강을 끼고 있는 형국이다.
풍수적으로 볼 때 대지의 `기(气)' 는 산맥을 따라서 움직이며 물은 이런 유동하고 있는 기운을 끌어당겨 잡고 있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이 `气'는 풍수에서 만사만물의 기본이며 `气'가 성한 곳이야말로 `吉'한 곳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건물풍수로 유명한 중인다샤(中银大厦). 높이 351미터가 되는 중인다샤는 홍콩의 상징적인 건물로, 건설 초기 설계도면을 받아본 중국은행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 외벽이 네모박스 안에 X자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X자는 중국에서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아주 불길한 표시로 인식된다. 이에 설계사는 X자를 불교에서 길한 부호로 여기는 로 변형시켰다.
설계사는 중인다샤를 `雨后春笋(우후죽순)'이라고 형용했지만 홍콩 풍수지리가는 건물이 마치 찬 빛을 번득이는 뾰족한 칼을 방불케 한다며 날카로운 모서리와 칼날 같은 능선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후 건축된 건물은 모두 중인다샤의 날카로운 모서리와 능선들을 피해 지어졌다고 하며 한 능선이 당시의 총독부를 향하고 있어 두 건물 사이에 버드나무 두 그루를 심어 완충시켰다고 전해진다.
박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