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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동장군

[2018-02-13, 06:12:00] 상하이저널

상하이의 겨울의 위세가 매섭다. 최근 몇 년 동안 비교적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다 보니 체감상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지구 북반구 곳곳의 겨울을 들여다 보면 상하이의 겨울은 추운 것도 아니다. 미국을 비롯 전 세계 곳곳이 폭설과 혹한에 몸살을 앓고 있고 가까운 대한민국도 유래 없는 한파에 다들 혀를 내두르고 있다. 동장군이 온 세계를 휘젓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여름인 남반구의 호주는 45도를 웃도는 여름이라니 지구촌이 난리다.

 

2008년 초, 남편이 의류 회사에 다닐 때, 겨울 상품으로 파카를 많이 준비했었다. 12월, 1월 유난히 따뜻한 겨울로 인해 팔리지 않았고 잘못된 예측으로 재고로 남을까 봐 좌불안석이었다. 춘절을 2주 앞두고 일주일 가까이 상하이에서 처음 보는 폭설이 내렸다. 초등 2학년, 4학년 진입을 앞 둔 우리 아이들에겐 처음 보는 광경이었고 커다랗고 도톰한 비닐을 가지고 아파트 단지 내의 눈이 쌓인 얕은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다. 하지만 춘절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눈이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상하이의 하늘에서 송이송이 하얀 눈이 펑펑 내려오는 한 주를 보냈다. 태어나 눈을 처음 보는 우리집 강아지도 입에 발에 눈을 달고 뛰어 다니는 걸 보니 눈이 주는 마법이 있는 듯 하다.

 

한국이나 상하이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의 결정과 환상은 똑같다. 하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한국과 상하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낀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분명 일주일 가까이 눈이 내려 꽤 쌓였는데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10분도 되지 않아 장갑이 축축하다. 눈이 쌓인 맨 밑바닥은 얼음이 아니라 물기로 축축하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나 사람이 자주 다니는 인도는 조금만 눈을 치워도 눈이 금새 녹는다. 눈이 쏟아진 다음날 급히 세무국에 가야 했던 나로서는 눈이 주는 동화 감성은 그대로 누리고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로 이동하기엔 별 어려움이 없는 상하이의 날씨가 고맙기까지 하다. 일단 바로 보이는 주변의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수준으로만 눈이 왔음이 다행이다.

 

아파트 단지 내의 인공 연못에 얼음이 어는 것은 손으로 꼽는다. 눈이 오고 난 후 춘절을 앞두고 연못은 아침, 저녁으로 매일 얇은 얼음이 덮여 있다. 상하이에도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 거주 초반 북경에 거주할 때 북경의 겨울은 혹독했다. 북경대학이나 청화대학 안에 있는 호수는 꽁꽁 얼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자연이 주는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탔었다. 고위도의 하얼빈이나 심양의 겨울은 어떨까?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젊어서는 추위를 잘 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집에서도 얇은 패딩을 입고 수면양말을 신고 손을 자주 주머니에 넣고 있게 된다. 한국에서 핫팩을 박스째 가져 와 외출하는 아이들에게 쥐어준다. 롱패딩이 유행인 것이 다행이다 싶은 날씨다.

 

겨울에 입지 않던 내복을 꺼내 입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기지수를 확인하고 거실 환기부터 시킨다. 동장군이 차가운 겨울 바람을 힘껏 집안에 불어 넣는다. 춥지만 정신은 번쩍 든다. 뒷베란다를 통해 보니 오늘도 연못이 얼어 있다. 동장군이 밤새 부지런했나 보다. 수면 양말도 신고 실내지만 도톰하게 입고 뜨거운 물을 끓여 차를 내린다. 동장군에게도 한 잔 권하며 봄처녀를 기다려 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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