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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게 예쁘게 말해 주면 좋겠다

[2024-09-23, 17:56:26] 상하이저널
[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 없음]
[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 없음]

난 아침부터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평소보다 고데기로 웨이브를 잔뜩 넣고 화장하고 흰색 헤드폰을 스타일리쉬하게 쓰고 등교하겠다고 나타난 고3 딸을 보며 순간 욱하여 생각과 말이 동시에 나와버렸다.

“네가 지금 이럴 때냐?”
“패션쇼 하러 학교 다녀?”

가족 간에 매일 만나고 헤어질 땐 :꼭 좋은 모습으로 이쁘게 말한다"가 나의 좌우명인데, 그 찰나에 깨어 있지 못해 어리석은 언행을 또 하고 말았다. 공부를 그럭저럭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셋째 아이였는데 중학교 3년을 코로나로 흐지부지 지나버리더니 지금은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IB 자기주도 학습을 그 전에 7,8년간 해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나의 오산이었다. 공든 탑이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었다. 중학교 3년이 그 애의 인생에서 짧지만은 않았다. 50여 년 산 나한테나 짧지.
애들 셋을 전 과정 IB 학교에 보내면서 과외 따윈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큰애 둘째도 정말 급한 12학년 때 한 두 번 일대일 과외 말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IB학교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과외를 받고 있었다. 특히 한국학생들은 100% 받았다. 나도 이번엔 정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방학 때만 수학 일대일 과외를 시켰다. 하지만 두 여름 방학 동안 과외 받았던 딸이 성적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음에도 이제 받지 않겠다고 혼자 할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하기 싫다는 데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나는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그럼에도 가끔 이렇게 상처주는 말을 한 것만 딸은 기억에 남겼다. 공무원이었던 내 친구가 자기 딸이 고 3때 세종시로 발령이 나서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만나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신의 한 수였다고 하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안다. 혼자 놔두면 알아서 누구보다도 자기가 알아서 자기를 위해서 뭔가를 할 것이라는 것을. 조언을 구할 때 생각했던 것을 말해 주면 결과적으로 효과가 제일 좋다는 것을…. 
고 3인 내 딸은 여전히 농구 배구팀에 합류해 체육 활동도 열심히 하고 SNS와 전화로 끊임없이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친구들의 고민 상담도 해주느라 바쁘다.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면서 누구를 챙기다는 건지… 바라보기 힘들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면 난 그냥 자리를 얼른 피한다. 잔소리하면 서로 기분만 상하지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모녀 간에 관계가 나빠지지 않으면 그게 그나마 좋은 거니까.
유명 강연에서 누가 그랬다. 자식에게 지금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가 내가 늙었을 때 자식이 나에게 대하는 방식이라고. 늙고 쇠약해진 부모를 자식이 챙겨야 할 때가 됐을 때 신경쓰기 귀찮고, 다칠까 봐 그냥 방에서 티비만 보라고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한단다. 마치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혹은 방에 들어가 앉아 가만히 공부하는 것만 보면 결과야 어찌 됐건 상관없이 마음은 편해지는 것처럼…다 자기들 마음 편해지려고 그러는 거다. 
잠시 그 생각을 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20여 년 키워주고 40여 년간 되돌려 받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린대로 거두기만 하면 다행이지. 그 이상일까 봐 두려운 거다.  우리 세대는 부모는 책임져야 할 것 같고,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망상같고 자기는 죽어 장례까지 스스로 책임 져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가 아침에 호미 들고 나가면 호미를 쥐어 주고 힘들어 밤에 에고에고 몸이 쑤시다고 하면 주물러주는 것이 효도지 힘들다고 할 거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게 효도가 아니란다. 그냥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고 힘들지만 지켜봐 주고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게 좋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인 거 같다.
내가 늙었을 때 우리 애들이 나에게 예쁘게 말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게 잔소리하지 않는다면 나는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세상에 성공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경험하려고 태어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복한 경험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고 가도록 내가 먼저 지켜봐 줘야겠다 다짐해 본다. 

걍걍쉴래(lkseo70@q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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