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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웬만한 집에 다 있다는 ‘큰 아들’

[2024-12-07, 06:04:32] 상하이저널

남편은 요즘 종종 자기는 일식이가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예쁜 말만 골라서 한다. 왜 삼식이란 말을 들으며 구차하게 사는지 다른 집 남편들이 이해가 안간단다. 나보다 세 살 많은 남편은 2,30대만 해도 나잇값 하듯이 든든하고 믿음직했지만 가끔은 내가 가스라이팅 당하는 왠지 모를 억울함과 답답함도 있어 결혼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날 독립 계획을 조용히 구체적으로 세운 적도 있었다. 

40대에 남편은 혼자 돈 버느라 힘들었는지 “당신은 좋겠다. 고민이 없어서 늘 밝은 모습이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약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세상에 고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럼 이제부터 나도 온갖 고민 걱정 다 티내면서 우거지상으로 늘 있어볼까?”했더니 ‘아니!’라고 얼른 대답한다. 남편은 90년대 말 상하이에 와서 혼자 돈 버느라 힘들어했다. 그런데 나까지 어두운 얼굴로 대하면 집안 분위기 우중충해질까봐 인위적으로라도 즐겁고 행복한 집으로 만들어 보려 했던 나의 노력을 그렇게 밖에 생각못했다는 게 좀 실망스럽고 서운했었다. 

남편은 어느 날, 내가 매달 5만 위안을 벌어오면 자기는 집에서 아줌마 셋 고용해서 애 셋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난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내가 바통터치 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나는 매달 1만 위안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1만 위안으로 살 자신이 없었는지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난 말했다. 난 당신이 1000위안을 벌어 다 줘도 맞춰 살 수 있다고. 믿든지 말든지.

남편은 삐치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일년이고 말을 안한다. 일년까지 기다려 본적은 없지만 그러고도 남을 사람임을 알아보고 그렇게까지 세월을 낭비하진 않았다. 지금은 아예 삐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본인이 삐쳤음을 내가 아예 모른 척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누군가를 컨트롤 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책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한 번도 삐친 적은 없다. 최소한 그의 기억 속에는. 단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거라고 했다. 아무튼 예전만큼 전전긍긍하지 않는 내가 난 마음에 든다.

애들이 모두 성년이 된 지금 남편과의 행복한 여생을 꿈꾼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남편을 큰아들처럼 대하라고 잘사는 동네 언니가, 자주 읽는 책에서, 종종 듣는 강연에서, 모두 똑같이 말하는 거 보면 진실인 듯싶다.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인정해주고 얼러주고 예뻐해주고 칭찬해주고 스킨십 많이 해주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것들을 남편에게 하려니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그렇게 하기가 왠지 귀찮고 어색했다.

아무튼 나는 인생의 정답은 모두 책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스스로 설득되면 바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게 나의 장점이다. 우선 싸울 때 목소리를 절대 크게 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얘기한다. 이렇게 해보니 생각보다 잘 받아들여진다. 아들은 7살 이후로 스킨십을 제대로 표현한 적도 없지만 딸들은 이상하게 10대 후반까지도 자주 했는데 이제 노골적으로 거부해서 이것도 괴롭힘이라 생각되어 줄였다. 다들 나이에 맞게 변하는데 나만 나 좋은 시간에 머물러 있는 거 같았다. 그럼 난 누구에게 이런 애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일까. 남편이란 결론이 나왔다. 어차피 그렇게 해야 좋다니까.

남편은 나이가 들더니 말이 정말 많아졌다. 부정적 감정들을 쏟아낼 땐 정말 힘들었다. 그럼에도 가끔은 나 아니면 누구한테 이런 말을 하겠나 싶어 정신과 의사처럼 엄마처럼 들어준다. 이젠 중간에 화제를 돌릴 만큼 여유도 생겼다. 잘 들어주고 다정하게 지적질해주고 약간 과할 정도로 칭찬해주고 사랑도 해주니 남편이 재미나게 일하는 게 보여 내 노력이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아 좋다. 이런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동안의 맘고생을 서로 안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 잘 하면 된다.

걍걍쉴래(lkseo70@q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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