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겹으로 에워싸도 쌀쌀함이 묻어나는 요즘 따스한 햇살이 반갑기 짝이 없다. 햇살이 그리워 찾아나선 곳은 문화의 거리, 샤오싱루(绍兴路)이다. 샤오싱루는 샨시난루(陕西南路)와 이어지는 곳으로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와도 가까운 곳이다. 화이하루중루의 소란함과 번잡함이 싫증날 때면 샤오싱루로 발길을 옮겨 나른한 오후의 여유를 느껴보자.
▌샤오싱루가 주는 여유
샤오싱루는 2-300m의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심심치 않게 서점, 출판사, 잡지사 그리고 화랑들이 보인다. 차분함이 느껴지는 샤오싱루에 가면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한원서점(汉原书店)'은 샤오싱루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한원서점'은 상하이 대표 북카페로 이 곳의 주인 `얼동창(尔冬强)' 역시 상하이 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원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100년 전 역사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바로크 양식의 가구와 구식 전화기, 카메라 등 서양 골동품들이 고전 유럽의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공간이 펼쳐진다. 전통 중국풍 공간으로 청나라 시대의 고풍스러운 목재테이블, 박물관에서나 봄직한 골동품들이 마치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반 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예술성을 고려한 `품격 있는 책'들이 벽장에 빼곡히 자리했다.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한 상하이 지도, 교통, 역사, 문화에 대한 책도 마련되어 있다.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가 살짝 배고픔이 느껴진다면 한원서점의 커피나 케익 등으로 허기를 달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색 빛깔, 샤오싱루
샤오싱루에는 상하이를 대표하는 출판사들도 있어 이 곳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한류에 박차를 가한 `내 이름은 김삼순' 을 책으로 번역한 `상하이인민출판사’와 `상하이문예출판사' 외에도 많은 출판사들이 이 곳에서 상하이 출판계를 이끌고 있다.
샤오싱루의 화랑은 아담하고 소박함으로 어서 오라 손짓한다. 유혹에 휩싸여 발길을 돌린 곳은 `Angle gallery' 이다. 오색이 찬란함으로 춤추는 그림,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한 그림들이 화랑을 가득 채워 소박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편안하게 따로 그림을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은 주인의 센스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원서점' 바로 옆쪽에는 `라오양방화위안판뎬(老洋房花园饭店)'과`Vienna Cafe' 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라오양방화위안판뎬' 는 2-3층 높이의 유럽풍 건물로, 확 트인 앞마당에 놓인 테이블이 점심시간 가든파티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Vienna Cafe' 의 고소한 빵 냄새는 가는 이의 발목을 붙잡는다. 오늘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국인들로 자리가 모두 채워져 있었다.
샤오싱루는 짧은 거리지만 구석구석 돌아보다 다리가 아플 때 면 샤오싱공원(绍兴公园)에서도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김가희 인턴기자
Tip)샤오싱루 찾아가기:
지하철 1호선 陕西南路역 하차. 陕西南路를 따라 남쪽으로 도보 10분.
버스 955, 128, 104, 41路 永嘉路역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