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음악 연주회가 있다! 눈이 휘둥그래 지고 입이 쩍 벌어진다. 도대체 누가 이런 자선을 베푸는 건지. 세상에 정말 천사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우울한 나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었다면, 신나는 일을 찾고 있었다면 주저 말고 무료 음악회를 찾아 펀양루로 떠나보자.
설레임이 있는 음악
바람결을 따라 귓가로 흘러 들어오는 음악소리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소복하게 쌓인 낙엽을 밟는 `바스락'소리마저 흥겹게 들린다.
펀양루에 위치한 상하이 음악학원은 이 곳이 `음악의 거리' 임을 확인시켜준다. 상하이 음악학원은 `음악가의 요람' 이라 불리며 그 유명세가 대단한 곳이다. 학사, 석사, 박사 등의 전 과정이 갖추어져 있는 명문 음악대학이며, 1972년 개교 후 지금까지 50여 명의 학생들이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중국음악의 위상을 세계에 펼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인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어깨에 짊어진 많은 학생들을 음악학원 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교문 바로 앞에 위치한 유럽풍건물의 계단에는 시상식을 연상케 하는 빨간 카펫이 깔려있었다. 괜히 밟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빨간 카펫을 따라 올라가면 굳게 잠긴 커다란 문이 보인다. 문의 창문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피아노이다. 어설픈 피아노 솜씨를 선보이고 싶지만 굳게 닫힌 문이 보는 것에만 만족하라고 한다.
높이 솟은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게시판에는 이 곳에서 직접 연주하거나 주최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의 포스트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 중 상하이 음악학원 개교기념일을 맞이한 음악회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작곡과 친구들의 곡을 성악과 학생이 노래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아마 연주는 피아노학과나 관현악학과의 학생들이 하겠지! 한 학교의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곡을 한 마음으로 연주하고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이들이 한마음으로 빚어낸 음악은 어떤 색깔일지 궁금해졌다.
추억 속에 간직된 음악
실컷 무료 연주회(?)를 감상한 후 음악학원의 문을 나서자 양 옆으로 악기판매점과 레코드 점이 눈에 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길을 그곳으로 옮겨보았다.
먼저 들어간 곳은 악기판매점. 바이올린을 구매하려는 모녀가 보였다. 아버지는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주인과 바이올린에 대한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고 있었고 딸은 그런 아버지를 쳐다보며 설레임에 젖은 모습이었다. 서툰 중국어로 딸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아버지가 허락하여 바이올린을 사러 여기까지 왔단다. 가만히 떠올려 보니 필자도 어렸을 적 플룻을 배우고 싶다며 부모님께 떼쓴 적이 있었다. 플룻을 불면 동화 속의 공주가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길게 늘어선 바이올린과 기타, 투명한 창문 사이로 보이는 섹소폰, 처음 접한 동양악기 등 없는 악기가 없다. 중후함이 묻어나는 첼로도 가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공간을 넘나드는 기분이 든다.
악기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바이올린의 경우 가장 저렴한 것이 1천600元이며 6천元이 넘는 것도 있다.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레코드 점의 문을 열었다.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는 CD들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천장은 CD를 홍보하는 포스터들로 꾸며져 있었다. 어디에선가 말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돌렸더니 가게 안쪽에서 주인과 여성 고객이 대화 중이었다. 그녀의 끊임없는 질문에도 주인 아저씨는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저씨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평온함이 음악으로부터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게의 깊숙한 곳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숨어있다. 찾기 힘들었던 오래된 음악이나 접해보지 못했던 음악들을 찾아 보는 즐거움을 기대해 본다. ▷김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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汾阳路찾아가기: 지하철 1호선 陕西南路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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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911, 945, 45, 42,926, 920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