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달라지게 다가오는 봄 기운을 매일 느끼는 이즈음… 슬슬 동면에서 깨어나 칼을 닦으며 회심의 라운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금년에는 7자 혹은 8자를 그려봐야지' 하며 겨우 내내 열심히 칼을 간 사람이건, 추운 날 연습하러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저 풋내기들… 난, 이제 날씨나 컨디션을 봐가며 품위 있게 운동하는 고수다"라고 거들먹거리며 게으르게 살만 찌운 사람이건, 등산, 스키 등 대체운동으로 기본 체력을 열심히 키운 사람이건 간에 새 봄 첫 필드는 설렌다.
누구나 팅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봄바람과 주변의 상쾌한 기운에, 수줍은 봄 처녀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어깨에는 힘만 잔뜩 들어가게 된다.
마음은 벌써 그린에 가있는데 공은 아직 갈 길이 멀고, 당연히 스코어는 엉망일 수 밖에…
시즌 오픈 첫 날 나온 스코어가 그 해 전체 골프에 심리적인 영향을 꽤 미친다고 본다면,
이 날의 스코어를 `대충'이라도 잘 나오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 그냥 `대충'치는 거다. 대충 치라고 처삼촌 무덤에 벌초하듯이 한눈 팔며 설렁설렁 성의 없게 치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골프 매너 중 가장 안 좋은 매너가 `성의 없이' 치는 골프다. 남은 한 샷 한 샷을 아껴가며 신중히 치는데, 전혀 흥미도 없는 듯 집중도 안하고 서자마자 공을 쏘아 날리고, 그린에서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장난처럼 그냥 대충 홀 방향으로 툭 미는 똥 매너.
골프를 칠 기본 자세가 전혀 안 돼있기도 하지만, 인생의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지 않는 시건방진 부류라고 본다. 그런 몰상식한 `대충'이 아니라, 인생을, 파트너를, 골프를 존중하고 아끼는 자세를 맘 깊이 차곡차곡 새기며, 휘두르는 동작만큼은 `대충' 휘두르자는 것이다.
동면에서 깨어난 뱀이나 개구리가 화사한 봄 기운에 기지개를 켜며 놀듯이, 골프백 안에서 잠 자던 골프 채가 나와 눈부신 햇살에 적응할 시간을 좀 주어야 한다.
잠에서 깨어난 채가 스스로 알아서 공을 가지고 희롱하며 놀도록 채 끝을 툭, 툭, 던져주는 게 '대충'치는 것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