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아이들의 첫 서울 나들이
- 2010서울디자인한마당/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해외에서 살아온 아이들의 눈에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서울투어 일정은 아이들과 함께다. 7살 11살 두 아이들은 첫번째 서울 나들이에 잔뜩 들떠있다. 기대에 찬 눈빛을 아이들의 보니 TV에서만 보던 서울을 어떤 도시로 기억하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3일간의 서울투어를 시작한다. 1 – 고궁투어/DMZ투어
2 –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2010서울디자인한마당 3 - 남산골 한옥마을/인사동 맛집상하이 아이들의 첫 서울 나들이
‘디자인 서울’다운 성대한 축제서울의 가을은 온통 축제다. 상하이가 세계엑스포로 도시 전체가 몰입되어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곳곳에서 다양하고, 특색 있고, 아기자기한 축제가 흥미롭다. 서울디자인 한마당,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서울연극올림픽, 하이서울페스티벌, 남산골 전통축제, 인사동 전통문화축제, 서울세계등축제, 세종별밤축제 등.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얼핏 본 축제만 해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이 축제 한마당에 우리 가족도 함께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서울은 그저 TV에서 본 우리나라 수도에 불과했다. 방송의 영향은 참으로 대단했다. 아이들은 여러 축제 중 무한도전에서 봤던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을 선택, 지하철을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올해로 3회째인 디자인 한마당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디자인 서울’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슬로건에 걸맞게 ‘서울디자인 한마당’은 그야말로 성대한 축제였다. 서울국제디자인 공모전 해외 참여자 크게 늘어, 100여 개국 2500명 등록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된다.
경제마당, 참여마당, 교육마당으로 나뉘어진 행사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교육마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단체체험학습을 나온 유치원, 초등학생들로 인기코너는 줄을 서야 했다. 특히 ‘디자인 꿈나무 교실’ 중 과학•창의 디자인, 어린이 푸드디자인, 리폼, 문화재로 만나는 디자인 등을 직접 체험한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 디자인이 아닌 것이 없네요”라며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메인구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대학탐구전’에서 만난 중국 칭화대학와 광저우미술대학의 부스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기도 했다. 또 푸드디자인전을 감상하는 동안, 우리 고유음식 빛깔과 예술적인 용기(容器)에 감탄이 저절로 나오기도 했다.
주경기장으로 들어서니 전체관람석을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나눠, 녹색실물 등으로 창의적으로 꾸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서울 디자인한마당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서울의 새로운 상징으로 탄생한 ‘해치’다. 서울의 600년 문화 역사와 함께한 상상의 동물인 ‘해치’를 형상화한 것으로 서울의 도시 비전을 전달하는 상징인 동시에 이번 축제의 상징 마스코트가 되기도 했다. ‘서울디자인 한마당’은 다음부터는 격년제로 개최한다고 하니 2012년에 만날 수 있겠다.
한국합창명곡 ‘조국찬가’ 재해석또 하나 축제, 가을밤에 어울리는 세계국립극장페스벌을 즐기기로 했다. 그 중 국립합창단의 ‘한국합창명곡’ 공연을 골랐다. 늦은 시간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았다.
1973년 국립합창단이 태어난 곳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립극장 개관 60주년을 맞는 해다. 국립합창단 지휘자인 나영수 예술감독은 관객을 향해 “대한민국 국•시립합창단은 60개로 세계 최대 전문합창단의 나라가 됐다”고 밝히고 “당시 창단연주를 한국합창곡만으로 꾸몄던 그 정신과 함께 고향을 다시 찾은 기쁨으로 즐겁게 노래하겠다”라며 공연을 시작했다.
한 곡 한 곡마다 곡에 얽힌 이야기를 쏟아낸다. 작사가•작곡가의 삶을 얘기하고, 합창곡으로 탄생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한다. 1932년 작곡된 <당달구>부터 2009년 곡인 <된장>까지, 관객들은 한국합창명곡들에 빠져들었다.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아이들도 가요로 편곡되어 불려진 <진달래 꽃> <마법의 성>이 나올 때는 따라 부르기도 했다.
2시간여 동안 국립극장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린 18곡의 합창, 그 마지막 곡에 관객들의 그치지 않는 박수소리가 해오름 극장에 울려 퍼졌다. 바로 <조국찬가>다.
지휘자 나영수 감독은 이 곡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외국에도 애국가곡이 많다. 우리에게는 <조국찬가>가 그런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사와 곡 자체가 훌륭한 곡이다. 그런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이 곡에 대한 오해가 쌓였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많이 불려졌던 노래인 <조국찬가>는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에서 오해가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 곡은 1953년 휴전 당시 대구에서 ‘휴전반대’를 외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곡이라는 것. 그런데 가사에는 전혀 그런 기운이 들어있지 않지만 당시 어려운 시절 ‘힘을 내자’는 뜻으로 만들어 불려졌다고 한다.
의외로 작은 아이가 이 곡을 유치원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며 아는 채를 한다. 해외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애국심과 국가의식을 갖게 하기 위한 유치원의 노력인 것 같아 뿌듯하다. 합창으로 물든 늦은 가을 밤, 우리는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반만년 역사 위에~ 찬란하다 우리 문화~”를 흥얼거리며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국립극장을 빠져 나왔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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