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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③전래동화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

[2010-11-06, 07:28:52] 상하이저널
상하이 아이들의 첫 서울 나들이
- 남산골 한옥마을/인사동 맛집

 
해외에서 살아온 아이들의 눈에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서울투어 일정은 아이들과 함께다. 7살 11살 두 아이들은 첫번째 서울 나들이에 잔뜩 들떠있다. 기대에 찬 눈빛을 아이들의 보니 TV에서만 보던 서울을 어떤 도시로 기억하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3일간의 서울투어를 시작한다.



1 – 고궁투어/DMZ투어
2 –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2010서울디자인한마당
3 - 남산골 한옥마을/인사동 맛집

남산골 ‘한옥’ 이야기
 
3일간 서울여행의 마지막 테마는 전통문화 체험이다. 메갈로폴리스 서울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용인민속촌을 가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잠시, 시티투어 버스노선을 보니 안심이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인사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 등 시내에서도 충분히 우리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의외로 많아 반가웠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간 남산골 한옥마을. 서울시내 어느 관광지를 가든지 중국단체관광객들 만나게 되는데, 남산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 주차장은 이미 중국관광객을 태운 대형관광버스가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기 전 입구에서부터 한복을 입은 아낙네, 갑옷을 두른 장수, 갓을 쓴 선비 등 포토존 앞에서 관광객들은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입구에 놓인 지게를 보더니 신기해한다. 어떤 용도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겨우 방법을 터득한 아이들은 짐을 지는 흉내를 내보지만, 이내 고꾸라진다. 큰 아이의 질문 “무거운 짐을 지는 도구인데, 지게가 짐보다 더 무거운 거 아녜요?”, 작은 아이는 더 가관이다. “그냥 트럭에 싣지 힘들게 왜….” 옛날 조상들은 보릿고개로 힘들었다는 말에 “라면을 먹지 그랬냐?”는 말이 떠오르는 어이없는 순간이다.

대문 입구에서 머슴연기를 펼쳤던 아이들은 이내 양반으로 변신, 커다란 한옥대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를 외친다. 어디서 본건지 뒷짐지고 팔자걸음을 하며 들어선다. 조선시대 여인네, 여염집 아낙의 행동거지에 대해 설명했다. 장옷,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려야 하는 아낙네가 어찌,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선 안되는데 감히….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듣듯 재밌어 한다. 급변한 요즘의 서울을 설명하기도 힘든데, 서울이 처음인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어떻게 600년 전통의 서울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팜플렛을 뒤졌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옛 정취를 되살려 서울의 팔대가 중 하나였던 박영효 가옥으로부터 일반 평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옥 다섯채를 옮겨놓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우리의 전통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동입서출(東入西出)’,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서원, 향교의 강당이나 왕릉, 사당 출입 시에 동편으로 입장해서 서편으로 퇴장하는 동입서출의 유교적 관례가 있었다고 전한다. ‘우측통행’이란 뜻이다.

대문을 들어서자, 우리 전통 가옥인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가마솥 아궁이 불지피기,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긷기, 궁내와 양반집안에서만 놀았다는 투호, 장독대에 진열된 항아리 등…. 남산타워가 보이는 이 곳 한옥마을에서 아이들은 머슴부터 양반집 자제까지 신분이동을 즐기며 체험을 하고 있었다. 또 안방, 건넌방, 대청마루, 사랑방 등과 집과 집 사이 사이에 놓인 중문(中門), 소문(小門)을 넘나드느라 바쁘다. 문턱을 밟고 지나면 왜 안되는지, 마루에 앉아 발을 까불어대면 왜 안되는지를 설명해도 역시 '어떤 전래동화더라'하는 표정이다.

 
 
 

벌교 참꼬막으로 유명한 인사동 맛집 ‘여자만(汝子灣)’

해가 뉘엿뉘엿 지는 남산골을 내려와 저녁식사장소를 물색했다. 반드시 전통한식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테마는 ‘전통문화’인 만큼 비슷한 메뉴를 고르기로 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옮겼다. 아이들은 먼저 인사동 쌈지길에서 상하이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한국전통소품인지 중국소품인지 출처가 애매한 물건들이 참으로 많다. 상하이 예원(豫园) 어느 골목에 서있는 듯한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사실, 인사동에서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음식을 찾기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물색 끝에 한국 대표 여성영화감독인 이미례 감독이 운영하는 ‘여자만(汝子灣)’에 들어섰다. ‘여자만’은 고흥과 여수사이에 있는 ‘순천만’의 옛이름이다. 지금의 순천만은 갈대습지와 철새도요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 순천만이 이미례 감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물었더니, 남편 분 고향, 즉 이미례 감독의
  시댁이 순천만 인근 벌교라는 것. 그래서 ‘여자만’에는 벌교 참꼬막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많다. 양념꼬막, 꼬막무침, 꼬막비빔밥, 꼬막전 등 꼬막의 변신은 다양했다. 우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참꼬막의 계절에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동이 나 아쉽게도 사진으로만 구경해야 했다. 대신 이곳에서 추천해준 보성 녹차먹인 돼지보쌈과 홍합순두부탕을 주문했다.

아이들에게는 아쉽게도 주입식 저녁식사였다. ‘산지에서 직접 배송해 온 한국 남도음식을 어디서 맛볼 수 있겠니’, ‘녹차를 먹인 돼지란다’, ‘깻잎장아찌와 오징어젓갈은 전통발효음식이야’ 전통한식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남도음식은 생소할 수밖에….
 
여자만을 나온 우리는 맞은편에 이 음식점보다 더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전통찻집 ‘귀천(歸天)’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러나 8월 부인 문순옥 여사가 타계한 후 귀천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곳이 된 듯, 우리가 다녀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25년만에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다이니믹한 대도시 서울에서 굳이 마지막 일정을 전통문화로 고집한 것에 후회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상하이 아이들의 3일간의 서울여행이 적어도 해외 어느 도시를 여행한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으리라. 600년 전통의 서울을 모두 들여다 볼 순 없었더라도 우리나라의 수도가 역사와 뿌리를 간직한 곳이라는 것에 뿌듯해할 날이 오리라 믿고 싶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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