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교민사회가 의료 불안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고열로 중국병원을 찾았다가 부인을 잃을뻔한 교민이 의료문제로 상하이 주재를 포기하고 한국에서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상하이 교민을 위한 의료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12월 감기증세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생이 병원을 찾은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교민사회가 큰 충격을 휩싸인 것.
“믿고 갈만한 병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이라는 교민 K씨는 “상하에서 크고 유명한 병원이라고 해서 갔다가 처치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심지어는 가벼운 교통사고로 중국병원에서 깁스를 했는데, 한국에 갔더니 다친 다리는 그냥 두고 멀쩡한 다리에 깁스를 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문제는 이렇게 잘못된 처치를 한 병원이 동네 병원이 아니라 유명 대형병원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P씨는 “의료비가 지원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경우, 비싼 비용 때문에 한국계 병원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병원이용도 문제이지만 응급상황이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환자가 한국으로 가려 해도 이송수단이나 절차 등에서 막막해진다는 것.
의료문제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현실화되자 영사관이나 한국상회가 나서 의료시스템 부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일본인과 결혼한 교민 S씨는 “일본영사관에서는 재외국민등록을 하면 응급전화, 긴급연락처, 생활정보가 담긴 책자를 준다. 생활정보에는 의료정보도 포함되어 상하이 지역의 전문병원 소개, 긴급수술을 요할 때 연락 가능한 전문병원 연락처,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명단과 연락처, 일본어 사용 가능 병원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며 “우리 영사관의 이런 적극적인 활동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정보책자도 책자이지만 일본교민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의료보험에 가입해 병원진료 시 진료비 부담을 더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보험사에서 증상에 따라 병원소개부터 의료비 정산까지 보험카드 하나로 해결하는 모습이 교민사회에 새삼 회자되면서 ‘부럽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러나 교민들의 의료보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민들 중 다수가 큰 병이라면 빨리 한국가서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일정금액의 보험금을 들여 소멸성 보험에 가입하느니 그냥 진료비를 감당하겠다는 보험에 대한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한 Y씨는 “한국에서 실비가 보장되는 보험이라고 해도 보험금을 환급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증명서를 챙겨야 해 번거롭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보험회사도 해외에서도 병원 배정과 예약을 수속해 주고 긴급통역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보험상품이 있다.
의료시설이 빈약한 지역이라면 보다 나은 시설을 갖춘 인근지역으로 의료진의 보호아래 최상의 여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후송도 책임진다. 연 20만원대(한화)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B씨는 “최근 감기몸살로 해당 보험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 병원을 지정받고 진료, 약처방, 정산까지 1000위엔의 비용을 본인 부담 전혀 없이 일사천리로 병원을 이용했다”고 전한다.
한편, 상해한국상회에서는 한인가정에 응급환자 발생시 대처 요령, 의료기관 이용방법, 상설 의료서비스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0일 10시 한국상회 열린공간에서 ‘의료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 간담회가 교민들의 의료 불안을 떨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나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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