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말씀에 여름엔 더워야 하고 겨울엔 추워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것 같다. 지구 온난화다 이상기온으로 남극이 사라진다 이런 것들로 일색하던 기사가 무색하게도 요즘 우린 추위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점점 편리하고 발달된 난방시설로 필수였던 내복이 줄어들고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는 많은 현대인과 그런 문명의 편리함으로 초래된 자연의 파괴로 오는 이상현상은 고스란히 우리가 되돌려 받는 다는걸 알면서도 눈앞에 있는 편리함은 마치 마약과 같이 떨쳐버리기 힘든 이런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겨울이 되면 늘 뜨개질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시집 오실때 가져오신 실로 짠 긴 속치마를 풀어 우리들의 옷을 짜셨던 것 같다. 개바지, 스웨터, 조끼, 모자, 장갑…. 어머니는 추운 겨울을 이렇게 준비하셨다. 하지만 그땐 왜 그리 입기가 싫었던지 늘 상점에 걸린 예쁜 색깔의 옷을 사달라고 철없이 졸랐던 기억이 난다.
이곳 중국 어머니들도 뜨개질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한여름에도 겨울을 준비하고 태어날 아이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손을 놀리고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뜨개를 뜨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
어머니를 닮은 걸까? 나도 뜨개질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을 위해 난 꽃분홍실(이건 전적으로 남편이 고른 색이다)로 스웨터를 뜬 적이 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늘 즐겨 입곤 했는데 내가 수고한 이상으로 행복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난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남편의 낡은 스웨터를 풀어 아이의 스웨터를 짰다. 그리고 시장에서 크고 화려한 금색단추를 사서 다니 다시 멋지고 예쁜 새 옷이 되었고 게다가 보는 이마다 칭찬을 하니 덩달아 행복했고 그리고 이 스웨터는 둘째 아이까지 물려 입었다.
결혼 후 20년이 흘렀다. 거울에 비친 주름진 얼굴과 볼품없이 살찐 내 모습을 본다. 이제 아이들은 컸다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 문득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책 읽는 그 사람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쓸쓸해 보인다. 어느새 반백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난 정말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을 위해 스웨터를 짜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이것 저것 색깔도 골랐으련만 남편은 그저 무엇이든 좋다한다.
“천천히 해 힘드니까 쉬어가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남편의 멈추지 않는 미소가 내 손을 멈추지 않게 했다. 남편은 아직 단추도 안달은 스웨터를 입고 너무 행복해 하며 외출을 한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고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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