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함께 기억되는 인생의 에피소드
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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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Eat, Drink, Man, Woman, 1994) •감독: 이안 •출연: 랑웅, 오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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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 신맛, 단맛, 쓴맛…. 우리는 요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맛을 하나의 맛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로의 소통을 위해 서로의 입맛을 기억하고 맞추어가는 것. 가족이란 그런 게 아닌지. 영화 ‘음식남녀’는 1994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지만 지금 봐도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인생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영화 ‘음식남녀’
국빈만을 위한 요리를 하는 최고급호텔 요리주방장 주사부는 세 딸과 함께 주말의 만찬을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는 홀아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미각도 잃어가고 자신의 요리와 인생에 회의를 느낀다. 각기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세 딸은 셋째 딸 가령을 시작으로 사랑과 함께 독립해 나가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큰딸도 다니던 학교의 체육선생과 사랑에 빠져 독립해 나간다.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둘째 가천은 끝까지 아버지 곁에 남기로 결심을 하는데 여느 때처럼 차려진 모든 가족이 모인 만찬에 아버지 주사부는 기절초풍할 선언을 하고 모든 가족을 놀래 키지만 가천은 마지막까지 아버지와 집을 지키며 아버지의 요리와 인생을 되살려준다.
주말 만찬에 담긴 요리 속의 가족사 음식남녀는 러닝타임 120분 내내 끝없는 요리가 나온다.) 영화 안에서 소개되는 음식만 해도 모두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주사부의 장독대, 식사하는 모습을 통해 자질구레한 가족의 감정과 갈등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고 있다.
특히, 막내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임신을 알리고 떠나가게 되는 장면에서 나왔던 훠궈(火锅)는 식탁 위에 차려진 여러 종류의 고기와 채소,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훠궈 식기를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딸의 사랑과 결혼과 가치관을 보는 듯, 훠궈 앞에 나열된 식재료를 스스로의 젓가락으로 집는다는 점이 인생의 조각을 보는 듯하다.
이 즈음 영화 속의 요리를 하나쯤 맛보고 싶어지며 내 인생의 한 조각을 마음에 드는 진한 국물에 적셔 추억을 씹어보고 싶어진다는,때론 코끝이 뜨거워지는 매운 마라탕(麻辣烫)을 선택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담백하게 돌아가고 싶어지는 깔끔한 그 시절도 되새기며 말이다.
맛있는 영화, 영화를 맛보다
Theme 1
원하는 사랑을 찾아 떠나듯, 원하는 맛을 골라 먹는 훠궈 豆撈坊(Dolar Shop)
영화 ‘음식남녀’에서는 하나의 탕에 각자의 입맛에 맞는 부재료를 담갔다 꺼내 먹는 훠궈가 나온다. 아쉽게도 훠궈를 맛보기도 전에 막내딸 가령은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뛰쳐나가버리고 만다. 조금만 참았어도 그 훠궈탕 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영화 속의 아쉬운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는.
개인 훠궈 탕기(Hot pot )가 주어져 개인취향에 맞는 맛의 탕을 고를 수 있는 깔끔한 훠궈식당.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구베이점엔 한국어메뉴가 따로 있어 마음에 드는 신선한 재료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소고기(肥牛), 새우어묵(虾丸), 말린두부(冻豆腐), 배추 잎(白菜), 느타리버섯(蘑菇), 팽이버섯(金针菇 ), 마블링 있는 소고기(雪花牛肉) 등이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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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핫폿 12元~18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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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당소비기준150元 정도 |
◆구베이점: 水城南路37号万科广场北3楼(6278-5777)
Theme 2
가족과 소통의 한끼, 대만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 ‘小城故事’
국빈만을 상대하는 요리사답게 주사부가 차리는 요리는 산해진미를 다 올린다. 깔끔하고 정갈하며 정성이 가득 들어간 요리도 놀랍거니와 세 딸을 절대 부엌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혼자 요리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한국인이 보는 시각에서는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둘째딸 가천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요리를 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천처럼 절대미각의 요리를 흉내 내지 못하더라도 그녀처럼 아름답게 먹을 수는 있다.
▶麻酱鸡丝万年青 22元
렁차이로 나온, 땅콩과 깨를 갈아서 고소하고 차가운 소스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가늘게 찢은 닭고기살과 살짝 데친 맛이 향기로운 만년청, 당근, 무채가 올려진 샐러드. 파리지엔 같은 모양과는 달리 맛은 중국차이답다.
▶原盐香菇土鸡汤 25元
소박하지만 버섯, 대추, 은행이 들어간 영양만점의 닭고기탕 국수. 부드러운 면발에 닭고기탕을 부어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 잔뼈를 발라내 그릇에 담아주시는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맛.
▶台式炸豆腐 20元
맛본 두부튀김 중 최고~누구나 좋아할 순한 칠리향 소스가 일품. 바삭하게 튀겨진 껍질과 속살 뜨거운 연두부가 입안에서 찰랑거릴 때마다 차갑고도 달콤한 칠리향 소스가 데인 입천장을 달래준다.
▶塔香茄子煲 42元
가지 요리로 최고의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 小城故事가 아닐까 싶다. 가지라는 채소 한가지를 가지고 이토록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내다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
▶三杯鸡 48元
小城故事의 추천메뉴 三杯鸡! 생각보다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맛은 오감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크다.
◆쉬자후이점: 淮海路1414号(6431-8107)
맛있는 영화평
서혜정:
즐기지 않던 훠궈를 맛보게 한 영화, 그리고 눈과 맛으로 기억하던 음식을 영화라는 추억으로 음미하게 했던 '小城故事'.
나은수:
귀국 후 가장 많이 생각난다는 훠궈는 현재를 추억으로 남겨줄 영화같은 요리가 아닐까.
김나래:
부담스럽지 않고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한번에 선사한 小城故事! 나의 식욕을 불태운 환상적인 맛의 조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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