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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가지 않은 길

[2011-11-19, 23:13:13] 상하이저널
얼마 전부터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걷고 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평균 한 시간에 5킬로미터씩 걷고 있다.
하루 중 한 시간을 빼내어 걷기에 몰입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 처음, 우연히 걷다보니 몸이 가볍고 아픈 허리도 힘이 생기고 몸의 붓기도 확연히 빠지고 무엇보다 한밤에 숙면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몸이 찌뿌둥한 날 걸어 다니며 땀이라도 내볼까 싶어 시작한 게 ‘목표’가 되었다. 늘 알던 거리를 반복해서 걷는 걸로 시작해서 지금은 홍메이루에서 우중루를 거쳐 진회이난루, 칭산루, 옌안시루를 거쳐 하미루, 구베이 근처의 곳곳을 걸어서 다니고 있다.

어릴 적부터 걷기는 좋아했다. 친구와 손잡고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친구 집이 나오고 혼자 돌아갈 나를 생각해 다시 친구가 바래주다 보면 금새 우리 집이 나오고. 이러다 밤새겠다며 중간에서 헤어지고도 친구가 보고파 밤새 긴 편지를 써서 담날 친구 책가방에 몰래 넣어주던 때도 있었다. 그때완 달리 지금의 나는 잔 생각이 많고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편인데 아무 생각 없이 팔 다리만 움직이며 한 시간을 걷는 게 고역이긴 하다. 익숙하게, 재미나게 걸어보자 싶어 카메라도 들고 다니며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지금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걷고 있다. 걸으며 생각하며 알게 된 건데 나란 인간은 참으로 걱정도 많고 잡생각도 많고 은근 정리된 게 아니면 불안해하는 어설픈 완벽주의자였더라는. 긴장하고 사느라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이며 계획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걷게 되면서 보게 된 또 다른 세상. 걸을 땐 내 키만큼 시선을 앞으로 두고 걸어야 힘들지 않다. 오래 걸을수록 시선을 멀리 두고 걸어갈 방향을 정하고 걸음의 보폭을 유지하고 호흡을 다듬고..신호등에 걸렸을 때 잠시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다던지. 이런 게 걷기에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엔 걸으면서 이것저것 사소한 것들을 사는 재미에 들렸는데, 맛있는 밤도 사오고 달큰한 홍시도 사온다. 구석구석 모르고 지나쳤던 가게들도 다양한 게 많고 홍메이루와 구베이를 조금 만 벗어나도 물가가 훨씬 저렴한 건 또 뭔지.

오늘은 하미루에 있는 프랑스 빵집에서 요거트 빵도 사고 바로 옆 옷가게에서 아이들 옷도 좀 사왔다. 이젠 살 것들이 생길까봐 배낭까지 챙기는 치밀함으로 무장하고 걷고 있다는. 짙은 가을이라 그런가 걷다보니 시도 떠오른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 노란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으니, 나는 풀이 더 많고 사람이 다닌 발자취가 적은 외로운 길을 선택해서 걸어갔노라 라고 쓴 시. 그리고 그런 선택으로 인하여 나에게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쓴 시. 걷지 않았던 길을 새롭게 선택하는 나는 하루하루 새로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즐겁고 또 걸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도 난다.
숨만 쉬어도 지나가는 하루, 난 나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걸어본다.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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