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번호가 뜬 휴대폰 벨이 계속 울린다. 요즘 자주 귀찮은 전화가 와 몇번을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오랫만이야. 나 기억하우?"
노인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있다.
"어머, 정말 오랫만이에요. 한동안 못뵈었어요."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분을 만난 것이 8개월쯤 전이었던 것 같다. 이곳으로 이사와 처음으로 교회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곳에 곱게 늙으신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짧은 인사로 우리의 만남은 시작 되었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매주 두리번거리며 서로를 찾게 되고 함께 손을 잡고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로하신 탓에 힘든 모습도 보였지만 많이 즐거워하셨고 휴대폰이 없으신 할머님께 내 전화번호를 적어 드리며 시간이 되시면 우리집에 놀러 오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동안 그분을 뵙지 못했다. 약간의 걱정과 함께 매주일 혹시나 하고 그러길 여러 날이 지나고 외출해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잠깐 일이 있어 나왔는데 우리 집에 들르시고 싶다고, 하필이면 이럴 때 할머니의 전화를 받을 줄이야.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다음 번에 꼭 오시라는 말씀을 몇 번을 했다.
그리고 여름이 다 지나고 겨울의 길목에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한국을 다녀오셨고 연세 탓에 듣는 것이 조금 안되시는듯 내 말에 당신말만 하시며 내가 많이 보고 싶고 정이 간다 하시며 함께 속이야기도 하고 싶고 그런다 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남편에게 말을 하니 그 연세에도 속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하며 속모르는 소리를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똑같아요 하고 가시 돋친 말로 대꾸를 했다. 지금은 기운이 없어 오실 수 없고 다시 연락하겠다 하시며 잘 있으라는 인사를 마치고 난 빨리 휴대폰에 남겨진 번호를 할머니 성함과 함께 입력을 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몸도 마음도 자꾸 움츠러진다. 누구에게 사랑받고 싶고 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할머니와 함께 뜨뜻한 온돌방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싶어도 보일러 없는 집에 살다 보니 선뜻 오시라 말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할머니도 나도 사랑하고 축복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있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사실이다. 이달이 지나기 전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 따뜻한 곳에서 맛난 음식 먹으며 함께 속이야기도 하고 모처럼 어리광(?)도 부려보고 싶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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