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위안화가 전 세계 무역금융통합 2위로 급부상함에 따라 엔화를 넘어 글로벌 기축 통화인 달러화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 움직임과 함께 홍콩·런던·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도 위안화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위안화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9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위안화의 대외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위안화가 세계 3∼4위 통화인 엔화를 제치고 주요 국제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위안화는 무역결제 급증 등으로 2013년 기준 무역금융 규모 2위, 통화별 결제금액 기준으로 8위, 외환시장 거래 기준 9위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20년에는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가 엔화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활용될 여지가 커지면서 무역결제 등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채권 발행 등 자본거래에서도 위안화가 엔화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대외개방이 확대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가 멀지 않은 장래에 달러에 도전하는 주요 화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에서도 위안화 수요 증가에 부응하고 자국 금융분야 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위안화 허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안화 허브는 중국 역외에서 무역결제를 위한 위안화 거래뿐만 아니라 예금·채권 등 자금조달, 신용거래 등을 위안화로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10년 전부터 위안화 허브를 추진한 홍콩은 올 3월 기준 위안화 예금만 9500억 위안(약 154조 원)에 달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제2의 위안화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은 중국과 올해 3월 런던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설립을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도 최근 대만은행의 역외 위안화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양국 간 통화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안화 사용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위안화-원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010년 9억8000만 달러에서 2012년 15억9000만 달러, 2013년 29억2000만 달러로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국내 위안화 예금은 76억6000만 달러로 유로화와 엔화를 제치고 2위로 부상했다.
지난 2009년 4월 1800억 위안(38조 원) 규모로 한-중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국내 기업을 위한 위안화 대출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5월 말 중국 기업에 원화자금을 지원하는 원화대출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등 통화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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