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16일부터 영국과 그리스 등 유럽국가 방문을 시작했다. 3개월 전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1일에 걸친 유럽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를 다녀온 바 있다. 작년 12월부터 영국, 불가리아, 헝가리, 독일 등 유럽의 여러 지도자들도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정상 간 왕래가 이렇게 잦은 것은 양측 관계가 점차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 방문은 중국-유럽 관계의 발전에 있어 다음의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중국과 유럽이 발전 과정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2013년까지 유럽연합(EU)은 9년 연속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고, 중국 역시 10년 연속 EU의 2대 무역 파트너였다. 시 주석과 리 총리는 이번 유럽 방문 시 여러 가지 협정을 체결했다. ‘서로에게서 필요한 것을 취하기’는 협력의 기본이다. 유럽은 중국의 자금력을 빌릴 수 있고,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공유할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기술은 유럽에 진출할 만큼 발전했다. 리 총리는 유럽 방문 기간에 향후 영국의 고속철도와 원전 건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둘째, 중국-유럽의 정치적 신뢰가 제고되고 있다. 중국과 EU는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유럽은 중국의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EU 입장에서 볼 때, 중국-유럽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잦은 무역분쟁, 미국과의 정책 협력 강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협정(TTIP) 협상, 중국-유럽 FTA 협상 정체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일본은 정상 방문이나 ‘2+2’ 협상을 통해 중-일 갈등 문제에 있어서 한쪽을 택하도록 유럽국가에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중국과 유럽의 태양광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G7을 통해 중국을 비난하려는 일본의 음모도 물거품이 되었다.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중국-유럽의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은 최대한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중국-유럽의 문화 교류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국정이나 체제, 발전 단계 등이 모두 다르지만, 양측 모두 고유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평등한 시각으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사상과 문화 교류를 매우 중시해왔다. 유럽 방문 기간에도 중국의 가치관이나 발전 이념에 대해 설명하며, 유럽인이 중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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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포스트 냉전 시기 형성된 미국의 단일패권 체제하에서 가장 먼저 세력변화가 나타난 지역이었다. 유럽의 통합은 1, 2차 세계대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유럽에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석탄과 관련된 국제 연합’이라는 성격의 경제연합체로 시작되었지만, 사실 하나의 유럽을 통해 바라는 것은 유럽의 항구적 평화이다. 또한, 부가적으로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도 있었다. 이는 현재 중국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이러한 통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로써는 요원한 희망 사항이다. 중국과 유럽은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럽은 사회, 경제, 철학적 가치 면에서 중국보다는 미국과 공유하는 점이 많다.
참고) 조성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전략”, 한국정치외교사논총,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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