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떨어졌나봐요"
젊었을 땐 한 두끼 걸러도 문제 없이 생활했는데 요즘은 끼니를 거르면 다리에 힘이 없고 팔이 떨린다는 건 중년의 대부분은 공감하지 않을까? 2~3년 전만해도 남편은 내가 이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서운하게 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자신도 그런 증상을 경험하고 나를 이해했는지 외출할 때면 잊지 않고 초콜릿이나 사탕을 챙기라 한다. 올 여름 여행에서도 아침 일찍 일정대로 움직이는데 살짝 배가 고픈 듯 하더니 다리에 힘이 쭉 빠진 적이 있었다.
옆에서 함께 걷던 아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엄마, 늙는다는 게 무서울 것 같아요."
"아니야 나이에 맞는 즐거움이 또 있단다."
그러면서 아들이 건네는 비스켓을 입에 넣으며 이 또한 즐거움이란 생각을 했다.
얼마전 노년을 노년답게 보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이근후, 일본의 나카고 고지, 70대 중반의 두 아시아 노인의 노년을 소개한 글이다. 이근후 할아버지는 건강의 쇠약을 나이듦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늙어서도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건강때문에 오르지 못하는 산을 다리가 아닌 추억과 눈으로 바라보며 즐기고 내가 노쇠했다는 것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컴퓨터를 배워 젊은이들과 이메일로 소통하고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바깥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봉사, 동아리활동, 청소년 상담 등을 한다.
반면 나카고 고지 할아버지는 세상의 유행을 쫓는 것은 노년의 삶을 복잡하게 한다고 생각하며 디지털보다 펜을 사용하고 외출보다 노년의 고독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세상의 의무에서 벗어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참된 자아를 만나는 시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방향을 둔다.
난 두번째 사례에 더 공감을 하지만 이 두 노인의 공통점은 '인생은 지금, 여기이다'라는 것이다. 내일보다 현재에 집중하려고 애써야 하고 그럴 때 젊을 때와 달리 멍하니 뜰을 바라보면서도 지금 살아있는 행복을 발견할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삶의 속도는 늦어진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작은 것 보잘 것 없는 것도 마음으로 볼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이런 기적과 같은 삶이 한 인간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함께 늙어가고 있다. 현재 당 떨어지는 기분이 어떤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즐거워하면서…. 그러면서 "요즘 어린 신부 좋아하는 남편들 나이 들어 이런 증상을 이해 받지 못할 때 기분이 어떨까?"하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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