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별명은 ‘짱가’였다. ‘짱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단순히 내 이름에 ‘장’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나가면 친구들은 의례 그 당시 유행하던 만화‘짱가’의 주제가를 부르곤 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그래서였을까? 난 어릴 적부터 내 자신도 모르게 내가 ‘짱가’인줄로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어디서나 누구든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기는커녕, 오히려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그 일에 매달린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어 부탁한 사람보다 도와주고 있는 내가 더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이상한 모습을 본다.
이런 나의 모습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다. 40이 훌쩍 넘은 내 나이는 생각 안하고 예전처럼 다른 사람 일을 도와주고 있는 나를 보며, 그렇게 무리하게 일하다가는 쓰러진다며 걱정이 늘어지곤 한다. 아직 괜찮다고, 몇 년은 더 쌩쌩하게 일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친 것이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결국 내 몸은 나의 생각과 마음과는 달리 지쳐가고 있었나 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가지 일들을 마무리하고, 저녁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얕은 턱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서 기다리는 애들을 위해 장을 본 물건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다 일어난 사고였다.
내 마음은 이미 그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턱을 넘어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내 다리가 움직이지 못하고 턱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나는 땅바닥과 마주하고 있는 내 몸을 발견했다. 순간, 아프다기보다는 창피한 마음이 먼저 들어 재빨리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보니, 양쪽 무릎은 까지고, 물건을 어깨에 메고 왔던 오른팔이 너무 아픈 것이다. 아마도 넘어질 때 오른팔이 내 몸에 깔렸었던 것 같았다. 만져보니 팔이 부러지거나 금이 간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여기저기 검사를 하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오른 팔을 쓰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당부를 들으며 병원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나이가 들어 내 몸이 내 정신과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왠지 낯설고, 서럽고, 속상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내 몸을 제대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 사용설명서!
이제부터는 내 몸을 아끼고 위해주는 노력을 남이 아닌 바로 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좋은 음식 골고루 먹기, 영양제 챙겨 먹기,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기 등등. 내 몸 사용설명서에 나만의 약속과 규칙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동안 생각만 앞서는 주인을 만나 혹사를 당한 내 몸을 위로하고 싶다.
내 몸을 위해 사용설명서를 숙지하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도록 아끼고, 건강하게 가꿔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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