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오는 29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각종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자본규제 완화 및 금리자유화의 더딘 행보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전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1만1807개 기업이 설립되어 지난 20년간 등록한 기업 수(약 8000개)보다 많았다. 또한 올들어 8월 말까지 상하이자유무역구의 국경간 위안화결제 규모는 1563억 위안에 달했으며, 올해 네거티브 리스트(금지업종)는 190 항목에서 139 항목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관 및 기업의 평가는 인색하다.
펑전웨이(彭振威) CEBM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자유무역구가 상품의 진출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자금흐름 방면에서 수많은 규정을 세웠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EBM그룹은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최대 수출국이자 제2의 수입국인 중국에게 상품무역 규정의 완화 확대는 가장 절실한 개혁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자상거래그룹 아마존(Amazon)은 지난달 상하이자유무역구에 물류창고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고객과 가까워진 점을 제외하면 자유무역구에서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한 실정이다.
지금으로선 누구도 상하이자유무역구가 금융개혁 방면에서 즉각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개혁이 결여된 금융개혁에 은행업계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상하이자유무역구에서 중소기업과 합작을 이룬 한 대출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전된 내용 대다수가 과장된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조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구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자유무역구 출범을 앞두고,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보세지구개발주식회사(外高桥保税区开发股份有限公司)의 주가는 전년도 7월말의 주당 14위안에서 64위안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올 9월초 이 회사의 주가는 주당 28위안으로 떨어졌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히노 람(Hino Lam)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자유무역구 정책의 혜택실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올해들어 지금까지 정책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과거 20년 동안 중국정부는 중국경제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금융개혁 조치에 대해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다. 중국 관리감독 기관이 갑자스레 개방의 문을 활짝 열고,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출입을 방임할 것이라는 생각은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음달 실시될 ‘후강통(沪港通: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간 교차 매매 허용)’이야 말로 자본계정의 개방을 알리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후강통’은 상하이와 홍콩의 투자자들이 상호간 증권시장의 주식 매입을 허용하나, 매입 주식의 규모와 범위는 엄격히 제한한다.
아메리카은행(Bank of America)은 올해 6, 7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중국의 외자유출 규모가 2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리스크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란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자본 관리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왕쥐(Wang Ju) HSBC 홍콩 외환관리사는 “투자자들은 중국경제와 금융개혁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며, “개혁조치는 수많은 불확실성과 맞닥뜨리게 되며, 당초 계획에 비해 멀고 지루한 싸움이 된다. 그러나 일단 개혁이 실시되면 사태는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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