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생활 10년이 넘은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만한 곳이 있는데 현재 지하철 1호선과 10호선이 만나는 샨시난루(陕西南路) 네거리 일대에 있던 이른 바 ‘화팅시장(华亭市场)’이다. 지금은 멋진 쇼핑몰이 늘어서 있지만 옛날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 있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좁은 골목길들은 미로처럼 이어졌고 사방으로 이런 저런 점포들이 계속 생겨나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도시계획에 밀려 사라졌다. 타이타이들의 즐거운 나들이 장소였고 한국에 갈 때면 양 손 가득 선물을 사던 곳, 또 손님이 오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짝퉁, 다양함, 싼 가격’이 화팅시장이 주던 쏠쏠한 재미였다고나 할까.
지금은 상하이에서 싼 맛에 물건을 산다는 건 이미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종종 이용하던 백화점들은 이제 대부분 명품 매장들로 바뀌어 가기도 부담스럽고, 어딜 가나 좋은 물건들을 보면 중국 제품인데도 상당히 고가여서 놀랄 때가 많다. 사실 세계적인 명품 회사들이 중국풍이나 중국산 계열의 브랜드들을 하나쯤은 다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중국 현지에서 최고급의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니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며칠 전 에르메스가 투자한 ‘샹시아’의 다기 세트가 1000만원, 목걸이가 1300만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인상적인 것은 그 가격보다 한 젊은 디자이너의 포부였다. 샹시아의 30대 젊은 CEO는 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미지는 최근 2,3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지 원래 중국산 최고급 상품들이 전 세계에서 소비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실크 로드를 만들어냈던 그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했다.
아,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 전통의 이미지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접목한 디자인 제품들, 그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말, “我们自己设计的!” 이 정점을 찍으며 중국의 젊은이들이 뛰고 있는 것이다.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짝퉁 물건들, 싼 맛에 이것 저것 사서 두르고, 선물로 돌리던 스카프들… 가끔은 그 왁자지껄함과 가벼움이 생각나고 아쉬울 때도 있었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정말로 ‘화팅시장’이 사라졌음을 인정하고 이별을 고한다. 중국의 이 멋진 변화와 아름다운 성장에 박수를 보내며 계속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자부심과 자신감, 진지함, 실력을 고루 갖추고 중국의 미래를 빚어가는 이 젊은이들에게 백범 김구 선생이 우리에게 물려주셨던 고결한 가르침을 들려주고 함께 손잡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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