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은 유구한 역사가 만들어 낸 풍부함과 다양함으로 일찍부터 전세계 식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중에는 외국의 정상들도 있다. 중국방문 기회를 이용해, 또는 자기나라에서 평상시 중국의 미식을 즐기는 것은 여느 식객들과 다르지 않다. 외국정상들과의 인연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음식점과 메뉴는 무엇이 있을까?
청두훠궈(成都火鍋)와 샹차이(香菜)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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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훠궈(成都火鍋)와 샹차이완자(香菜丸子) |
2013년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영국 방중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은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 그는 방중 전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영국어린이들에게 중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등에 대해 물어보고 청두훠궈(청두지역의 샤브샤브)를 추천받았다. 캐머론 총리는 중국방문시 청두에서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현지의 한 훠궈집에 가서 정통 청두훠궈로 식사를 했다. 음식점 종업원에 따르면 그는 매운 것을 아주 잘 먹었고 특히 샹차이완자를 추가로 주문했다. 영국 총리가 맛있게 먹었다는 샹차이완자는 이제 이 가게를 들리는 손님들의 필수주문 메뉴가 되었다.
하포저우즈(哈珀肘子)
2012년 2월 방중기간중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찾은 음식점은 베이징 팡좡(方莊)에 위치한 ‘이완쥐(一碗居)’다. 그는 라오탕저우쯔(老汤肘子, 돼지족발 탕요리), 구이화샤오짜오(桂花小枣, 계수나무꽃과 대추로 만든 간식), 샹충화성미(香蔥花生米, 땅콩과 햇파로 만든 요리), 제모둔(芥末墩, 겨자와 배추로 만든 요리) 등 베이징 정통요리를 시키고 더우즈(豆汁), 뉴러우몐(牛肉面, 소고기국수), 샹춘몐(香椿面, 참죽나무잎을 가미한 국수) 등 간식까지 포함해 총 126 위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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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머둔(芥末墩) |
당시 하퍼 총리는 라오탕저우쯔를 제모(겨자)에 찍어 먹는 새로운 시식방법을 보였고, 이후 이완쥐는 하퍼 총리의 이름을 딴 신 메뉴 ‘하포저우쯔’를 출시했다.
재정부 장관 채식세트
제이콥 루 미국 재정부 장관은 2013년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당일 일정이 끝난 후 베이징 차오양(朝阳)구 미대사관 근처에 있는 바오위안(宝源) 만두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제이콥 루가 일찍부터 바오위안 만두집이 다양한 종류와 다채로운 만두피(야채즙을 섞여 만든 만두피 등)로 인기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이콥 루 장관은 이날 109위안으로 연두색 만두(버섯, 두묘속), 노란색 만두(마, 목이버섯, 동갓속과 미나리, 콩나물, 당근, 계란 속), 녹색 만두(훈제두부, 미나리, 계란, 당면속) 등을 시켰고, 이 같은 ‘구성’은 네티즌들로부터 ‘재정부장 채식세트’란 이름을 얻었다. 이후 일부러 이 식당을 찾아가 루 장관이 앉았던 자리에서 ‘재정부장채식세트’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생겼다고 한다.
부시(Bush) 메뉴
미국 워싱턴 교외 7호 도로에 ‘베이징반점(北京飯店)’이라는 붉은 색 간판의 중국식당이 있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은 50번이나 다녀갔고, 그 아들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도 이곳의 단골이다.
아버지 부시는 갈 때마다 자주 ‘N17’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곤 했는데 외교관으로 중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매번 다른 메뉴를 주문한다고 한다. 그 중에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베이징카오야(北京烤鴨 베이징덕), 쟈오옌다샤(椒盐大虾, 새우볶음), 베이징펑웨이양파이(北京凤味羊排, 양갈비 요리), 간볜뉴러우쓰(干煸牛肉丝, 쇠고기요리), 간사오쓰지더우(干烧四季豆, 완두콩 요리). 덕분에 이 5가지 요리는 ‘부시메뉴’로 불리게 되었다.
광둥요리 음식점(粵菜小館)
런던의 웨차이(광둥요리) 전문점 ‘신마싱(新马兴)’은 제임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단골집이다. 미혼시절부터 애용했으며 현재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불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브라운 전 총리가 좋아하는 메뉴는 보뤄지(菠萝鸡, 파인애플과 닭고기로 만든 달콤한 요리)와 메이즈사오야(梅汁烧鸭, 매실즙으로 만든 오리고기)다. 부인 사라 브라운은 이 식당의 샹추이뉴러우(香脆牛肉, 바삭한 쇠고기요리)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박 난 소박메뉴 ‘주석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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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펑바오쯔푸 ‘주석세트’ |
돼지고기 대파 만두 6개, 차오간(炒肝, 간볶음) 1접시, 제차이(芥菜, 갓무침) 1접시. 2013년 12월 28일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점심메뉴다. 가격은 21위안(한화 약 3700원). 당일 시진핑 주석이 만주전문점 ‘칭펑(庆豐)바오쯔푸(包子鋪, 찐만두집)’에서 시민들과 함께 식사를 한 보도가 나가자 베이징지역 유명 체인점인 이 식당이 갑자기 전국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이후 중국 각지에서 ‘주석세트’를 맛보러 온 사람들로 가게안은 발디딜 틈이 없고 인터넷주문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가지도자의 소박함이 낳은 대박
최근 중국인들의 베이징 방문코스에 한곳이 추가됐다는 소문이다. 바로 베이징 시청(西城)구 웨탄(月壇)공원 북문 근처에 위치한 칭펑바오쯔푸에 들러 ‘주석세트’를 맛보는 것이다. 평범한 만두가게였던 칭펑바오쯔푸는 요즘 개업이래 최고의 성업중이다. 손님이 많을 때 ‘주석세트’를 먹으려면 번호표 500번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앉았던 자리에서 먹기 위해 우한(武漢)에서 올라와 당일밤 고속철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한편 인터넷에는 이번 ‘주석세트’ 대박현상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해석이 회자되고 있다. 칭펑빠오즈푸의 칭펑은 清風(청렴), 간볶음 차오간은 炒干(문제간부 해고), 갓무침 제차이는 戒財(재물을 경계하다)의 뜻이며 21 위안은 삼칠이십일(3x7=21, 당연한 이치는 따질 필요 없다) 즉 탐관오리를 모조리 잡아내자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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