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극성을 부리는 통신정보 사기(보이스피싱, 스미싱)가 대대적인 경찰통제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기는커녕 점입가경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사기수법이 고도로 조직화, 전문화, 다양화되고 있으며, 범위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건수는 물론 피해 금액도 천문학적인 수치에 달한다고 경제참고보는 27일 보도했다.
공안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13년까지 전국 통신정보 사기 건수는 각각 10만건, 17만건, 30만건으로 연 평균 70%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매년 통신정보사기로 인한 피해규모는 100억 위안이 넘어서고, 평균 건당 피해금액은 5만 위안을 넘어선다. 여기에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사기미수 건수까지 포함하면 피해건수와 금액은 최소 두 배 이상이 된다.
잠정통계에 따르면, 2013년 통신정보 사기로 인한 서민들의 경제손실 규모는 상하이 5억 위안, 베이징 13억 위안, 저장(浙江) 8억 위안, 충칭(重庆) 3억 위안, 톈진 1억8000만 위안, 창샤(长沙) 1억1600만 위안에 달한다.
톈진의 경우 2009년 이전 건당 피해금액이 100만 위안을 초과하지 않았지만, 2010년에는 최고 260만 위안, 2013년에는 100만 위안 이상인 피해건수가 12건이며, 건당 최고 피해금액은 696만 위안에 달했다. 올들어 5월까지 100만 위안 이상인 피해 건수는 4건 이며, 이중 5월에 발생한 건당 피해금액은 각각 714만 위안과 1290만 위안에 달했다.
이처럼 통신정보 사기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사건해결 건수와 피해금 회수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전국 각지의 통신정보 사기 해결 건수와 피해금 회수 비율이 5% 미만에 머물고 있다.
통신정보 사기 수법이 빠른 속도로 다양화되고 있다. 상품당첨, 집세송금, 인터넷뱅킹 업그레이드, 환세보조금을 비롯해 공공기관, 세무청 직원을 사칭하는 등 사기수법이 수십 종에 달한다. 공안 관계자는 “한, 두 달이면 새로운 사기수법이 출현하고 있으며, 특히 사기범들은 대상에 따라 범행 수법을 치밀하게 계획한다. 사전 각본을 짜고 연습을 시행해 웬만한 사람은 모두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범행을 저질러 수감 중인 사기범들은 “과거에는 여기저기 그물던지기식(撒网式)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을 사용했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피싱사이트, 해커, 트로이드목마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정확한 목표를 공격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고 밝혔다. 한 수감자는 “피싱사이트를 통해 범행대상의 QQ 계정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채팅기록을 살핀 후 친분관계 있는 자로 위장해 긴급한 상황을 연출해 돈을 송금하게끔 만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상하이에 거주하는 주팅팡(朱婷芳, 50세) 씨는 휴대폰 QQ를 통해 20만 위안이 넘는 금액을 사기당했다. 범인은 해외에 유학중인 아들의 QQ번호를 도용해 20여 만위안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주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바보같이 당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주 씨는 평범한 봉급생활자로 아들의 유학생활을 위해 도처에서 돈을 빌렸다. 경제적인 압박감으로 부부 싸움이 잦아지면서 이혼위기에 놓였다.
저장(浙江) 샤오산(萧山)에서 일하고 있는 왕 여사는 재정국 직원으로 사칭한 직원이 ‘화장비(火葬费) 보조금’을 준다는 말에 속아 5만 위안을 사기당했다. 왕 여사는 상대방이 그녀의 이름과 아들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았던 것이다.
지난해 8월 난징시(南京市)에 거주하는 웨이(魏)씨는 은행고객센터가 분명한 곳에서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 문자 메시지는 웨이 씨의 은행카드 업그레이드를 요구했고, 이에 웨이씨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요구에 따라 인터넷뱅킹을 실행했다가 28만 위안을 도난당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면 통신정보 사기를 검거하는 데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기혐의 전화정보를 기초로 통신운영업체가 사기혐의 전화번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통신 운영업체는 무수히 많은 통신내용 중 사기전화를 식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기전화로 추정되는 번호에 대한 개입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각지의 공안기관은 사기 혐의가 있는 은행계좌 번호를 강제동결하고, 이들이 취득한 불법자금은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법률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공안기관이 책임지도록 해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시켜 시민들의 재산보호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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