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얼굴 피부에서 각질이 일어나면 피부가 건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우리 피부의 가장 외측에 있는 것이 표피층인데 이 표피층 중에서도 가장 바깥에 위치하며 기왓장처럼 쌓여있는 죽은 세포들을 각질층이라고 한다. 이 각질 세포들은 단순히 죽은 세포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고 아주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기능이 바로 살아있는 표피 세포와 진피 조직을 보호하고 장벽기능을 수행하는 일차적인 방어막역할이다.
즉 수분과 전해질의 소실을 억제하고 정상적인 생화학적 대사환경을 제공하며 기계적인 자극과 유해한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이나 화학물질로부터 피부를 지키고 자외선이나 전기 혹은 고온 등과 같은 물리적인 인자들로부터 피부를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질층에 대한 개념은 1960년대 후반에서야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죽은 세포로 구성되어 생화학적 기능이 없는 단순한 형태의 균일한 비닐막과 같은 물리적 장벽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면서 피부의 기능이 단순한 물리적 장벽개념에서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환경에 반응하는 기관으로 변화되었다.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각질은 표피층의 가장 아래에 있는 기저 세포로부터 만들어져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즉 기저 세포로부터 각질 세포로 변해 떨어져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한달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피부 보호 기능을 다한 낡은 각질은 <때>로 변해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각질은 피부 부위에 따라 그 두께가 모두 다른데 눈꺼풀 같은 부위는 아주 얇고 손, 발바닥은 아주 두텁다.
얼굴에서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습도, 자외선, 노화, 스트레스, 과다한 세정제 사용,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피부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일반인들은 흔히 피부가 건조해서 각질이 생긴다고 믿는 경우가 많고 또한 세안 후 얼굴이 당기는 현상도 같이 생기는데 악건성이라 착각하고 유분이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렇지만 성인에서 각질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지루성 피부염 때문이다. 피지가 많이 분비되어 민감해지면서 얼굴에 붉은 발진이 생기거나 가려우면서 각질이 일어난다. 원인은 피부가 지성이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피부에 유분이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시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과 같이 오히려 지루성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성 피부는 유분이 없는 오일 프리이면서 보습력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각질이 일어난다고 무조건 유분이 많은 건성용 화장품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다.
날씨 변화가 심한 환절기다. 각질이 많이 생기면 건성 피부 때문이 아니라 지성 피부가 심해 일어나는 지루성 피부염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백용관(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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