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메이나드의 존엄사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존엄사’의 문제가 한 미국 여성의 죽음으로 인해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존엄사를 선택하고 유튜브를 통해 이를 예고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브리트니 메이나드(Brittany Maynard•29)가 지난 1일 결국 숨을 거둔 것이다. 그녀는 지난 4월 교모세포증이라는 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심각한 투통, 목 통증 등의 증상을 겪어왔다. 메릴랜드에서 존엄사를 허용하는 오리건주로 이주한 뒤, 그녀는 11월 1일, 예고했던 대로 포틀랜드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 곁에서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으로 생을 마감했다.
“존엄 지키며 불치병에서 해방되는 날”
2012년에 결혼한 그녀는 지난 10월에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남편의 생일 이후인 11월 1일을 존엄사 예정일로 밝혔고, 이 영상은 조회수 900만 건을 넘겼다. 메이나드는 그 뒤 여러 차례 영상을 통해 근황을 전했고, 지난 1일에 마지막 영상을 통해 “오늘은 내가 나의 존엄을 유지하며 불치병에서 해방되기로 결정한 날”이라며 지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미국에서는 5개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는데, 지금까지 이를 선택한 수백 명의 불치병 환자는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30세 이하는 메이나드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고, 동시에 이 사건은 존엄사에 대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브리트니재단’ 존엄사 허용 캠페인
존엄사를 지지하는 시민 단체 ‘연민과 선택’은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알리며 공식 페이스북에 “사랑스럽고 훌륭한 여성인 메이나드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슬프다. 그녀는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조용하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고 밝혔다. ‘연민과 선택’은 ‘브리트니재단’을 설립하고, 메이나드와 같은 환자들을 도우며 미국에서 존엄사 허용을 위한 캠페인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종교계 “어리석은 행동” 비판
한편, 메이나드의 죽음에 관해 반대의 입장을 가진 의견들도 많다. 미국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는 이 일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에 관해 “자살은 그들에게 지켜보는 고통을 남길 뿐 아니라, 섬길 수 있는 특권을 부인한다. 죽어가는 이를 돌보는 순간들은, 지칠 겨를도 없이 스스로를 내어주는 사랑과 함께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어떠한 죽음과도 맞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청에서도 이를 비판했다. 바티칸 생명학술원 원장은 브리트니 메이나드의 존엄사를 “그릇된 생각”이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세계와 우리를 둘러싼 임무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는 삶과 모든 것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편안하고 깨끗한 죽음으로 미화될 우려
또한 가톨릭 단체인 ‘생명의 제사장들’의 자넷 모라나 사무총장은 “메이나드가 ‘희망을 포기한 것’이 너무 슬프다. 그녀의 행동은 미국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이들이 그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와 같은 행동이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의미 없는 자살 행위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의 죽음의 사회적 파장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아름답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준 세월호 여승무원, 뇌사 상태 중 7명에게 장기 기증을 한 12살 소년. 바로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 다른 생명을 살린 경우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전세계에 알리고, 약물로 생을 마감한 브리트니 메이나드. 젊은 그녀의 ‘편안하고 깨끗해’ 보이는 죽음이 또 다른 의미로 미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뒤따른다.
▷최하영(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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