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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위 김경미, 이진희, 이미경 교사 아래 민명홍 교장, 김선아 교감 |
포동주말학교가 ‘제17회 재외동포재단 문학상’에서 한글학교 특별상을 수상했다. 2000여개의 재외 한국․한글학교 중 선정된 2개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경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세계 청소년 수상자 12명 가운데 중국 수상자 3명 모두 상하이에서 배출된 가운데 포동주말학교 재학생인 김재엽 군과 박세희 양이 각각 장려상과 초등부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일주일에 하루 가는 주말학교에서 어떤 수업이 이뤄지고 있기에 이런 쾌거를 이룰 수 있었을까? 교민사회를 놀라게 만든 주역, 푸동주말학교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학년 글쓰기 ‘부모 역할 중요해’
포동주말학교는 올해부터 1학년 과정에서 수학을 없애고 국어를 3시간으로 늘렸다. 갈수록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8년째 1학년 아이들을 도맡아온 김선아 교감은 자타공인 ‘신입생 전문가’다. 해외에서 나고 자란 7~8세 아이들에게 한글을 읽고 쓰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에 김 교감은 “1학년 때는 받아주는 게 중요하다. 틀린 말을 하거나 쓰더라도 계속 받아주다 보면 아이들이 어느새 따라 하게 된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인내심이 관건이다. 인내심만 있으면 가랑비에 옷 젖듯 누구나 실력이 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내의 한 학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주제에 맞춰 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2학기에는 짧은 글짓기, 단어 잇기, 빠진 글자 찾기 등 놀이와 접목한 기초활동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한국어를 익힌다.
저학년 수업을 책임지는 또 한 사람, 이미경 교사는 책 읽기와 독후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학년 과정에서 일기와 독후감을 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읽고 줄거리를 파악하는 활동을 시행한다. 이때 학교에서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집에서 일기와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집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학습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저학년은 특히 부모님의 참여가 중요하다”
토론과 필사가 좋은 글 만들어
고학년에 접어들면 글쓰기 스킬보다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해진다. 고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이진희 교사는 “6학년쯤 되면 다양한 얘기를 듣게 하고 싶다. 다행히 우리 교재가 여러 소재를 활용할 수 있게 돼있어 읽고, 쓰고 나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들과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인데 특히 찬반토론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글로 쓰게 한다. 쓸 때는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서론, 본론, 결론 형식을 주고 짧은 글이라도 분량에 맞춰 쓰게 한다”고 말한다.
중등부를 담당하는 김경미 교사는 이곳 학생들의 부족한 어휘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어휘 퀴즈나 독서퀴즈를 진행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직접 질문지를 만들게 한다. 수업한 내용은 글로 쓰게 해 첨삭 지도를 하고 있다. 또한 한국 현대문학(소설), 세계 단편, 시사논술, 역사논술 4가지를 학기마다 돌아가며 가르친다. 여기에 에세이 쓰기가 포함되는데 어떻게 쓰는 게 좋은 에세이인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좋은 에세이를 많이 읽히고 직접 쓴 에세이로는 문집을 제작한다.
너 해외에서 살다 온 애 맞니?
포동주말학교는 2004년 시작해 작년에 10주년을 맞았다. 당시 한국어 교육기관이 전혀 없었던 푸동에서 ‘내 아이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의 학교로 성장했다.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이 전해 오는 반가운 소식들이 교사들의 원동력이다.
“주말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학생이 국어 성적 1등을 받았다고 할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너 해외에서 살다 온 애 맞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할 때, 또 해외 명문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이 ‘주말학교 덕’이라고 말해 등록 학생이 늘었을 때 등등 거쳐간 아이들이 많은 만큼 기분 좋은 사례도 많다. 그때마다 느끼는 보람이 크다”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은 매년 아이들의 문집을 만든다. 문집에는 아이들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민 교장은 “이번 재외동포재단 대회도 아이들 글이 너무 아까워서 내보내게 됐다. 처음부터 쓰려면 큰 작업이 됐을 텐데 기존에 써놓은 글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다듬어서 제출할 수 있었다. 이번 수상이 아이들에게도 ‘노력하면 된다’는 걸 깨닫게 한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다섯 교사들의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엔 포동주말학교가 만든 쾌거가 결코 우연히 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견고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국제 대회 석권이라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김혜련 기자
포동주말학교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로 운영되며 오전 4교시로 이뤄진 정규과정에서는 국어(한글), 국사(세계사), 수학(산수)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오후에는 글쓰기(에세이 쓰기), 논술(독서논술/시사논술), 미술, 심화수학 등의 선택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교사진은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전․현직 교사로 구성돼있으며, 2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보통의 학교와 달리 교장, 교감도 담임을 맡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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