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반대 쟁점은 ‘이념 갈등’
“2017년부터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6%가 국정화에 찬성, 44.7%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는 무엇인가?
국정교과서란 교육부가 직접 또는 위탁하여 편찬하는 것으로 저작권에 대한 모든 권한을 정부가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검정교과서는 민간에서 집필한 도서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검정합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각 학교가 사용할 도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채택이 가능한 검정 교과서는 8종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정부는 현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과서 7종(교학사 제외)이 ‘좌편향적’이기에 올바른 역사관 형성을 위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정부는 이미 현행 교과서의 수술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의 검정에 합격한 6개 출판사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렸고 해당 교과서의 집필진은 “특정 사관을 강요하는 수준의 내용 변경을 요구한다”며 소송했다. 집필진은 1심과 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국정화 주장의 근거
정부와 국정화를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은 ‘교과서 집필진의 60% 이상이 진보, 좌파 성향이므로 교과서 내용에 좌편향 사관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수립’으로 격하 △김일성 주체사상 미화 △이승만․박정희 부정적 서술 △김대중․노무현 정부 긍정 서술 등을 들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학자의 90%가 좌파 학자”라고 발언했다.
또한 ‘현행 검정 제도로는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수정 권고를 받은 집필진이 작은 글씨의 주석으로만 처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초 일부 고등학교가 친일․독재 옹호 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대대적인 반대에 부딪혀 변경한 사례 역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순되는 것으로 ‘국정화를 통해 국론 분열의 여지를 없애자’는 의견이다.
국정화 반대 입장
한편 여당을 비롯한 학계와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우선 ‘다원성,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 역사 과목을 단일화 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제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3년 유엔은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나와야 하고, 교사로 하여금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실제로 OECD 가입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한 국가는 아이슬란드, 터키, 그리스를 세 곳뿐이다.
국정제였던 1992년에도 헌법재판소가 “역사 과목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정제보다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도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할 것을 권유한 것 또한 반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국정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권 교체에 따라 5년에 한 번 꼴로 재단될 가능성이 농후해 백년대계인 역사교육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투명한 향방
국정화 방침 발표 직후 연세대와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 고려대 역사 계열 학과 교수 22명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이어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들과 국립대 교수들, 역사학자들의 보이콧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에서도 “북한 주체사상에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지 미화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 내에서도 ‘무리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어 국정화의 향방이 묘연해지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개정은 해외 거주 학생들의 역사 교육에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사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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