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⑨]
봄까치꽃이 봄을 알리는 2월
대보름 전날인 2016년 2월 21일, 전주 모악산을 오르다가 길가에 작은 꽃 여러 송이가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흔히들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는 연한 남색 꽃으로, 저 남쪽 전라도 바닷가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고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지만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귀화식물입니다.
봄꽃이라면 으레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 등을 떠올리는데,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길가 양지쪽 땅바닥에 바짝 붙어 피어나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작은 꽃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자 가장 흔한 꽃 중의 하나입니다. 작년 2월 초순에는 전남 강진으로 귀농한 친구네 마을 길가에도 지천으로 피어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원래 ‘개불알꽃’이 따로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꽃 또한 이름이 좀 거시기해서 ‘요강꽃’, ‘복주머니란’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28483&cid=46686&categoryId=46695 참고) 예전에는 ‘개불알꽃’ 하면 난초과의 이 꽃을 떠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귀화식물 ‘개불알풀꽃’이 끼어들어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여름까지 계속 피어나는 개불알풀꽃은 꽃이 지면서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두 갈래로 통통하게 갈라진 열매 모양을 보고 풀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것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다 보니 민망스럽게 ‘개불알풀’ 그리고 그 꽃은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게 된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가끔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앞서 얘기한 대로 전혀 다른 꽃입니다.
요즘 들꽃을 아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 작고 앙증맞은 꽃에 어울리지 않는 징그러운 이름을 바꿔 주자고 하여 붙인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꽃을 보여줄 때마다 이름 부르기가 좀 껄끄러웠는데,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제 새 이름을 불러 줍시다. 개불알꽃도 개불알풀꽃도 아닌 ‘봄까치꽃’이라고... ‘봄까치꽃’, 그 귀여운 모양에 딱 어울리는 예쁜 새 이름입니다.
<모악산 기슭의 봄까치꽃>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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