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칼럼]
중국경제의 공급측개혁이 당면한 난제
상하이도서관 전철역 지하 1층엔 상하이의 유일한 사회과학서점으로 계풍(季風)서점이 있다. 중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서적을 소개하고 금요일이나 주말에 북콘서트를 열어 작가와의 만남을 만들기도 해서 이방인에게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최근 계풍서점 신간 코너에는 ‘공급측개혁’에 관한 여러 종류의 서적이 좌대를 덮고 있다. 중국정부의 정책에 대한 홍보성 서적이 사회과학 서점인 계풍서점에 활개를 친 일은 드물어 의아했다.
정재계, 불교계까지 ‘공급측개혁’ 화제
아닌 게 아니라 ‘공급측개혁’은 중국 정가나 경제계에서만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불교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에 정종(净宗)법사가 ‘불교의 공급측개혁을 말한다(谈佛教供给侧改革)’을 발표했고, 금년 1월에는 중국인민대학 철학원부원장 웨이더동(魏德东)이 ‘종교도 공급측개혁을 강화해야 한다(宗教工作也要加强供给侧改革)’는 글을 발표했는데, 금년 초 양회기간에 불교계가 ‘공급측개혁’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드는 불교계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힘없는 불교계가 중앙정부의 시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눈밖에 날까 봐 스스로 나서서 공급측개혁을 떠드는 모습에서 지난 60년대 말 문화혁명의 잔영이 떠오른다.
공급시스템 수준과 효율 높여 성장동력 강화
공급측개혁은 작년 11월 10일 중앙재경영도소조 11차 회의에서 조장인 시진핑이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시진핑은 공급측개혁에 대해 총수요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확대하는 동시에 공급측 구조개혁을 강화하고, 공급시스템의 수준 및 효율을 높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과잉생산설비 해소’, ‘원가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 ‘부동산제고 해소 및 부동산시장 지속 성장기반 조성’, ‘금융리스크 해결 및 자금의 중개기능 강화’를 제시하였다.
美 레이건 정부의 공급경제학과의 연결 경계해야
공급측개혁이 공론화되자 중국의 관변 경제학자들은 서둘러 이론적 근거를 찾아냈다. 그들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의 공급경제학과 영국 대처 정부의 공공부분 구조조정을 끌어들여 공급측개혁의 이론적 역사적 맥락을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사회주의 국가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공급경제학을 제기하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기까지 했다. 소위 공급경제학은 감세정책으로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그 재원이 투자에 순환됨으로써 전체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경제성장을 일시적으로 추동했는지는 모르나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를 초래해 만족스럽지 못하였다는 지배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런 비판적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관변학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공급측개혁의 정책적 성격을 미국 레이건 정부의 공급경제학과 연결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다.
공급측개혁의 5대 정책
공급측개혁은 ‘3를 제거하고, 1을 낮추고, 1을 보강한다(三去一降一补)’는 표어로 요약된다. 작년 12월에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공급측개혁’을 위한 5대 정책과제로 제시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잉생산설비 해소(去产能), 기업의 원가절감(降成本), 부동산 재고 해소(去库存), 금융리스크 해소(去杠杆), 유효공급 확대(补短板)이다. 이 5대 정책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유효공급확대는 뒤늦게 끼어넣기로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네 가지 정책이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다보니 긍정적 요소가 내포된 유효공급 확대를 추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 미화하더라도 ‘去产能’의 핵심은 국유기업 구조조정이고, ‘降成本’의 핵심은 기업에 대한 감세이며, ‘去库存’의 핵심은 건설경기 부양과 부동산버블의 모순 해결이고, ‘去杠杆’의 핵심은 지방정부의 채무 증가와 재정고갈 해결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은 중국정부가 이제껏 경험하지 않은 난제들이다.
국유기업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달성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데 업종별로 기업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입장이 달라서 말만 무성하고 시도조차 어려운 것 같다. 더욱이 17년 전 방직업 구조조정에서 대량실업이 초래된 경험을 기억하는 노동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실을 중국공산당은 외면하기 어렵다. 기업감세는 정부재정에서 중국기업의 조세부담이 40% 이상이 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 국유기업 중에는 벌어들인 수익으로 기업부채의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기업이 허다한데 영업세의 증치세 개편에 따른 조세부담 감소만으로는 미흡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기업소득세율을 낮추어야 할 텐데 날로 심각해져 가는 정부부채 증가라는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부동산 문제야말로 부동산버블과 건설경기 침체 사이에 외줄타기의 곡예와 같은 어려움인데, 중국정부는 도시화율을 높여 2선, 3선 도시의 빈집을 해소하겠다고 하나 이는 매우 이론적인 접근으로 탁상공론 같아 보인다.
중국경제 짚어보는 계기
공급측개혁은 중국경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짚는데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해결은 쉽지 않고 중국 경제는 U자형이 아니라 L자형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공론화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영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2013년 11월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설치한 ‘전면 심화 개혁 영도 소조’(그 조장은 시진핑이다)가 3년 동안 보여준 것이 있느냐는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고 시진핑은 지난 5월 6일 개최된 중앙재경영도 소조 13차 회의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개혁이 미흡한 것으로 질타했다고 하니 그렇다. 책임론이 제기되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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