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리에 동시 방영된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는 중국 내 동영상 조회수가 26.8억 건을 넘어서 2년 전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의 조회수 13억 건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보 조회수는 110억 건을 넘어섰고, 댓글만 1000 만여 건에 달하여 국민 남편 송중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충분히 가늠케 해줬다. 오죽하면 중국 공안당국이 시청 자제 경고하고 나섰을까? 송중기의 펜 사인회를 통한 중국내 감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태양의 후예>가 중국 드라마에 가져다 준 시사점은 무엇일까? 다음에서 중국 메스컴들이 보도했던 논평들을 종합해서 중국인 시각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전장 사랑 이야기 속에 애국심을 녹여냈다.
<태양의 후예>는 특수부대 해외파병 중대장인 유시진 대위와 외과의사인 강모연이 한국과 파병지역을 오가며 벌이는 애정 드라마이다. 남녀간의 감정, 심리, 성격 묘사 등 애정관계가 주조를 이루면서도, 가정의 일상 울타리를 뛰어넘어 국가와 전쟁터라는 광활한 공간을 무대로 삼아 남녀 주인공의 사랑얘기를 촘촘하게 엮어 나간다. 남녀간의 사랑을 높고 넓은 인류애적 사랑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압권이다. 수많은 죽을 고비마다 구호 임무를 통해 승화된 숭고한 사랑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장면은 중국인의 가치관과도 잘 맞아떨어져 시청자의 내면 깊숙이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유행이라는 그릇에다가 한류 문화와 국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잘 비벼서 담아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애국심, 특히 군인은 오로지 목숨을 바쳐 국가를 지키는데 충성해야 되고, 의사는 인명구조를 최고의 행동가치로 실천해야 하는 생명 수호자라는 메시지는 중국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숨가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 신앙, 책임, 생명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중국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감동으로 이끌어냈다.
아울러 가정과 국가를 보위하는 군인정신과 상처를 치료하고 인명을 구하는 의료행위를 청춘 남녀스타 드라마 장르의 프레임으로 융합시켜, 두 주인공이 전쟁과 긴급 재난 속에서 연출하는 청춘의 발랄함, 인생의 가치, 애정의 의미를 돋보이게 했으며, 더욱이 가정과 조국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국제 시각으로까지 확장 연결시켜 이 드라마가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둘째, 치밀한 연출과 섬세한 연기가 감동적이다.
<태양의 후예> 작가 김은숙은 많은 히트작을 낸 인지도 높은 스타급 작가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 없는 의사회>로 재난현장에서 구호활동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활동상을 그렸다. 김은숙 작가는 원작에다가 더욱 치밀하고 섬세한 대화와 묘사로 각색하여 시청자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남녀 주인공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형상화시켰음은 물론, 의사와 군인들의 집단 이미지까지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더욱이 ‘충성과 명예’를 통한 영웅적인 남성상을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치밀하고 섬세한 전개, 진정성 등이 시청자의 공명을 불러 일으킨다. 지진현장에서의 재난구호활동에 대한 드라마 전개와 대화 등 장면은 원촨(汶川) 지진 등 직접 재난을 겪은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전율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재난과 폐허 현장 속에서 두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긴급구원이 필요한 절대절명의 순간. 한 사람을 살리면, 다른 한 사람은 죽는다. 전문의사로서의 수칙에 따라 생존가능성이 큰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고, 친한 사람일지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정과 전개는 의사의 인도주의와 직업정신을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보통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내밀한 면까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사실적이고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해냈고, 일석다조(一石多鸟)의 효과를 거뒀다.
비록 과장되고 희화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어둔 측면을 일부 들춰내기도 하지만, 인성의 따뜻함과 생활의 깨달음을 더 중시한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인류애와 남녀간의 사랑은 시청자들에게는 정서적 위안이 되고, 풍광이 아름다운 그리스 해안 배경 또한 이 드라마에서 낭만적인 심미적 분위기를 더해준다.
셋째, 대본제작방식이 진보적이고, 방영 회수가 짧다.
한국의 영화대본이 가지는 치밀하고 빈틈없는 제작기법, 제작과정과 정부의 아낌없는 정책과 지원도 성공배경의 하나다. 한국문화산업진흥원은 문화실험실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한다. 신진작가들의 창의적인 드라마 실험 경연장이자 등용문이다.
<태양의 후예> 기본 스토리는 불과 60여장으로 2011년에 완성됐다. 2014년 한국NEW는 이 작품에 주목했고, 김은숙 작가를 초빙하여 드라마 스토리를 구성해냈다. 김은숙 작가는 특유의 드라마 감성을 살려 남자 주인공을 외과 의사에서 특수부대원으로 바꾸고, 사랑 얘기를 덧붙여, 전쟁과 재난 현장을 무대배경으로 삼아, 이 드라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키기에 이르렀다.
중국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수익성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34회분 이상 방영으로 편성하며, 60-70회분 방영으로 편성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태양의 후예>는 불과 16회분으로 편성하여, 매주 수, 목요일에 1회분씩 방영하였다. 방영의 인터벌이 비교적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곰삭고 농익는 기다림의 시간이 돼줬다.“수익은 적게 내더라도, 사회적 보편 가치에 더욱 주목하도록 환기시킨 것”도 바로 <태양의 후예>가 높은 평가를 받는 주 이유다.
넷째, 한중 합작의 결과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의 NEW가 제작한 최초 드라마로, 한화 130억원(약 6869만 위안)이 투자됐다. NEW 2대 주주인 华策影视의 투자에 이어, 爱奇艺는 드라마 촬영 이전에 김은숙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내 방영을 사전 계약했고, 인터넷 홍보 확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드라마의 대박 성공 이면에는 이러한 요인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10월, 华策影视는 한화 535억원(약 3.23억 위안)을 투자하여 NEW 지분 15%를 매입했다. 이는 당시 중국기업이 한국영화산업에 투자한 최대 규모다. 한국측 역시 이를 계기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였음은 물론이다. 이응복 감독은 중국 자본의 유입이 한국 드라마 제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중국자본의 유입으로 투자규모가 상당히 컸던 <태양의 후예>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의미다.
중국예술연구원 판웬(潘源) 연구원은 드라마의 전반적인 콘셉, 스토리성, 탄탄한 연출과 또는 중국시장진출을 겨냥한 점 모두 중국의 드라마가 해외로 진출하는데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커뮤니케이션대학 (中国传媒大学) 류화웬(刘晔原)교수는 <태양의 후예>는 사실상 한국과 중국이 중국의 드라마 시청자들을 겨냥해 만든 합작품으로, 중국시장에서 이미 대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중국의 영화계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어떻게 글로벌 유행문화에 중국문화를 접목시키고, 배우 이미지와 국가 이미지를 살려낼 것인가는 <태양의 후예>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요즘 한국과 중국 양국간에 드라마 분야에서의 합작 상담이 활발한 가운데, 여러 편의 드라마가 한중 합작으로 제작 중이어서, 제2, 3의 걸출한 <태양의 후예>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무역협회에서 30여년간 중국경제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한국무역협회 홍콩/북경/상해 본부장 및 중국실/아주실/지역연구실장을 지냈다. 서강대(중국학 석사), 대만정치대(MBA)에서 공부했다. 또 한국무역협회 자회사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코엑스)의 부동산 복합시설관리 전문회사인 <(주)이노바스>에서 3년간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국무역협회 중국전문위원으로 무역아카데미, 대학, 기업체 등에서 우리 기업의 대중국교역 및 투자진출, 한중 FTA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중경살림>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중국진출 실무가이드>, <중국의 관세제도>, <한중 FTA와 정책시사점> 등을 펴냈다.
daren@uwstar.com [송창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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