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가 스포츠를 좋아해서인지 우리 집 세 아이들은 운동을 좋아한다. 첫째 아이가 아들이어서 사춘기가 오기 전 남편은 매주 ‘가족 스포츠 데이’를 제안했다. 사춘기가 오더라도 운동을 함께 하며 운동을 통해 완충작용을 기대해서였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큰 아이가 초등 5학년 때 시작해 지금 고3이 되었으니 어느덧 햇수로 7년을 넘어섰다. 친구가 함께 하지 않으면 부모를 따라 운동을 가지 않으려 하는데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열심히 함께 해 주었다. 그 오랜 시간을 건너 뛰는 날도 있었지만 동호회 눈치도 봐 가며 때론 우리 아이들이 방해가 되어 동호회에 속하지 못하고 회원권을 끊어가면서 하던 날들도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가장 많이 희생을 하고 수고를 한 건 가장인 남편이다. 시합을 하자는 동호회 분들의 눈짓을 받고도 아이들을 우선으로 최선을 다해 주었다. 그리고 학업을 병행하며 1주에 한 번 하는 것으론 아이들인지라 쉽게 구력이 늘지도 않아 짜증이 날 때도 많았다. 운동 신경이 있거나 자주 나오는 친구들과 실력이 비교될 때 속상해 하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그렇게 아이들은 배드민턴과 함께 자랐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할 때 정말 행복하다. 초반의 어려움, 계속되는 실수가 반복되는 것으로 인한 짜증들, 아무도 자신과 시합해 주지 않는 서러움, 비교당하는 아픔, 계속되는 지적, 이 모든 것을 거쳤다. 제 또래에서는 누구와 시합을 해도 뒤지지 않는다. 사춘기의 변화와 함께 배드민턴을 몸으로 습득하며 그 과정들 속에서 아이들은 자랐고 단단해졌다. 더불어 모든 운동을 즐기며 자신감은 덤으로 습득했다.
리우 올림픽, 사실 큰 아이의 입시 때문에 한국에 가게 된 거라 올해 올림픽을 하는지도 몰랐다.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올림픽 방송이었다. 상해에 있었다면 우린 CCTV5에서 나오는 중국 선수들의 경기와 금메달 장면만 보았을 텐데 올해 우린 운 좋게 올림픽 폐막 이틀 전까지 한국에 있었다. 밤 10시부터 중요 경기, 특히 배드민턴 시합이 있는 날이면 모두가 모여 앉아 눈에 불을 켰다. 늘 잘하던 유현성, 이용대 선수가 8강에서 좌절할 때 비난보다 우리 가족은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진 경기들이 생각이 났나 보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다음 경기 때 잘하면 되지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물론 펜싱의 박상용 선수였다. 동점타가 존재하며 15점으로 마무리 되는 에페 경기의 룰을 알고 나니 상대방이 14점을 먼저 선점한 상황에서 동점타 하나 없이 연속 득점으로 승리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뒤질 때 스스로에게 하는 ‘할 수 있다’라는 단어를 입모양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 수 있었으리라. 입시를 치르는 큰 아이에게도, 진로를 고민하는 우리 둘째에게도, 그것을 바라보는 내게도 큰 격려가 되었다.
재미없다는 구박 속에 태권도 종주국으로서도 체면을 구겼던 태권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 준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올림픽을 즐기며 이긴 상대방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에서 엘리트 스포츠만을 고집하는 구시대적 사고를 탈피한 듯 해 조금이나마 기뻤다. 부상으로 부진하여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여전히 통증을 안고 있음에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강풍을 이겨내는 박인비 선수를 보며 같은 민족임이 자랑스러웠다. 당분간 아이들은 부정적인 순간에, 포기하고픈 순간에 진종오 선수와 박상용 선수를 떠올리며 ‘할 수 있다’를 반복하리라. 나 또한 ‘할 수 있다’ 반복해 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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