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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상하이 운전면허 따기

[2016-09-14, 09:00:14] 상하이저널


상하이에서 면허를 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 면허증을 번역해서 공증받아 가면 기능시험은 면제이고,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중국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얼른 한인 카페에 가서 면허증에 대해 검색해 보고 한글 모의고사 시험문제를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다. 중국어로 시험 보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사람인데 한국어가 더 편할 것이라 판단하고 100문제가 넘는 분량을 프린트해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문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진창도로….’  중국어랑 한국어가 합성된 건 아닐텐데, 진창도로가 무슨 도로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지선다형이니 보기를 보면 알겠지 했지만, 보기를 봐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첫번째 문제 패스. 이렇게 30문제까지 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바이두에 들어가서 운전면허 모의고사를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무료로 실시간 모의고사를 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어 문제가 확실하다. 중국어 문제를 풀다 ‘泥泞’ 도로라는 단어가 나왔다.

 

읽을 줄은 알았으나 성조를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한국어로 ‘진창’이라고 써있는 것이 아닌가! 진흙탕길, 엉망진창의 그 진창이었다. 진창이 한국어였다니. 살짝 반성 한번 하고 계속 중국어 문제를 풀며 시험준비를 했다. 중국어 문제를 풀다 보니 확실히 한국어 번역에 문제점이 많았다. 마음 같아선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지만, 그러다 한국어 문제까지 없어질라, 다들 한국어로 시험보고 잘만 붙지 않던가. 나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문제집까지 사서 열심히 공부했다.


중국 도로교통법을 공부하면서 나는 여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선 보행자신호만 보고 길을 건너다간 좌회전차에 치이고 우회전차에 치이기 일쑤다. 너무나 당연히 모든 차량이 보행자 신호는 무시하고 좌회전 우회전을 해버린다. 난 당연히 이것이 합법인줄 알았다. 하지만 중국도 한국과 똑같이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면 보행자가 우선이다. 하물며 내 차가 우선권이 있어도 다른 차가 먼저 추월하면 양보하면서 가야한다. 주행 우선권에 대한 모든 문제의 정답은 ‘양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답이다. 나는 문제를 풀면서 ‘정말?’이란 단어가 정말 많이 떠올랐다. 중국법도 한국법과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그 옛날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계기로 정지선을 지키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당시 이 프로그램은 모든 차선의 차들이 정지선을 넘어서지 않고 서면 대형 냉장고를 주는 예능프로그램이었는데, 냉장고 타 간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를 해가며 우리나라가 도로교통법을 얼마나 안지키고 있는지 일침을 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중국도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면 좀 달라지려나.’


시험당일 첫번째 시험은 보기 좋게 떨어졌다. 집에 가려는데 다시 앉아서 재시험을 보란다. 처음엔 나한테만 시험기회를 두번 준 줄 알고 감사에 또 감사를 표하며 열심히 풀었다. 처음에 봤던 문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두번째 재 시험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같은 문제를 또 보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던데, 절대 아니다. 모의고사 문제만 봐도 1000문제가 넘게 들어있다. 운 좋게 재시험에 붙어서 성적표를 받았는데, 성적표에 재시험란이 있는것이 아닌가. ‘나한테만 기회를 두번 준 게 아니었구나, 그럼 그렇지.’


기분 좋게 창구로 가서 그날 바로 면허증을 발부 받았다. 외국인은 2층 전용창구가 있어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번에 안 사실은, 타지역 거류증이라도 주숙등기가 상하이시로 되어 있으면 상하이 관할지역에서 면허를 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에 문의해도 상하이 거류증이어야만 된다고 답변을 들을 것이다. 창구직원에게 “왜?”라고 물었지만 그냥 웃는다.  아마도 사람이 많이 몰려 그런 것이 아닌가 유추해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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