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이달중으로 외환보유액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이 해외자원과 첨단기술 및 브랜드 획득을 위해 대규모 대외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룡과 같은 존재로 부상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경계도 확산되고 중국의 대외투자에서 여러 시행착오도 빚어지고 있으나 막대한 규모의 보유 외환으로 인해 대외 직접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은행은 `중국 대외직접투자의 최근 동향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까지 중국의 대외직접투자(금융업 제외) 누계는 37억3천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해외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작년말 현재 572억달러로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2004년에는 55억달러로 전년 대비 93%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는 투자액이 122억6천만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해외에 투자한 기업의 수는 작년말 현재 6천426개사에 달하고 있으며 투자 방식도 새로운 공장설립보다 M&A나 전략적 제휴를 선호하는 추세다.
실례로 중국 최대의 PC제조업체인 레노버(Lenovo)는 미국 IBM의 PC부문을 인수했으며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13개 지역에 현지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쌍용자동차와 하이디스 TFT-LCD사업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중국이 세계 전체의 연간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0.9%에서 지난해 1.68%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경제규모 확대로 인해 부족현상이 심해지는 석유, 석탄, 철광석, 구리 등 주요 에너지.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러시아 등에서 해외유전개발과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만해도 중국석유천연가스(CNPC)가 캐나다 송유관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1억8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중국석유화학총공사(Sinopec)는 캐나다 허스키사(社)를 9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는 미얀마 3개 유전과 가스전 탐사 및 공동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캐나다 MEG의 지분 16.7% 매입을 통해 오일샌드 개발에 나섰다.
IT 분야에서는 외국기업들이 첨단기술 이전을 회피하는 경향이 확산되자 선진국 기업과의 M&A를 통해 핵심기술을 손쉽게 확보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초 중국이 아프리카와 경제교류를 급속히 확대하는 것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의 해외자원 선점에 대한 경계감으로 지난해 중국해양석유공사가 미국의 9위 정유업체인 뉴노콜 인수에 나서자 미국 의회가 이에 강력히 반발, 실패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중국의 왕성한 해외투자가 주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효과적인 관리 감독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금도피나 공금유용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투자사업은 경영난과 부실 등으로 고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7월말 현재 9천545억달러를 기록한데다 이달중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동안의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외직접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석유 및 원자재 등의 확보는 중국의 고성장 유지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이들 자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 대한 자원개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