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 알아야 하나요?
최태성 역사교육 전문가가 상하이 강연장에 섰다. 상하이총영사관이 마련한 ‘여름방학 역사특강’이 지난 26일(토)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교민들의 큰 호응 속에 열린 이번 상하이 강연은 일제강점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인물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역사 속 독립운동가들의 ‘꿈’은 모두 ‘동사’였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꿈도 '무엇이 되겠다'는 직업의 ‘명사’가 아닌 '어떻게 살겠다'는 ‘동사’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의 인물을 통해 현재의 고민과 선택의 결과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을 얻는 것, 역사 공부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BS 수능 한국사 특강, 무한도전 등 예능 출연 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최태성 소장(모두의 별별 한국사 연구소)은 그의 이름을 딴 ‘큰별샘’으로 통한다. 최근에는 KBS의 ‘역사저널 그날’ 등 방송을 통해 우리 역사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상하이 강연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늘 강조해왔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얘기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사실을 암기해서 시험 문제를 푸는 과목이라고 많은 오해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란 과거의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면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거죠. 과거의 사람을 통해 현재의 나와 우리를 둘러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역사란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역사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혹시 수학 문제집을 풀어 보신 기억이 있으신지요. 수학 문제를 풀다가 안 풀리면 어떻게 하시나요? 해설집을 보지요. 해설집을 보면 막혔던 무언가가 뚫리면서 답을 찾아 가는 길이 보입니다. 역사란 바로 수학 문제집의 해설집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보게 됩니다. 그 결과가 어떨지 우리는 늘 불안해 합니다. 그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 공부를 하는 겁니다.
역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들여다 볼 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뿐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의 인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우리의 고민, 선택, 결과와 유사한 사례가 너무나도 많음을 알게 됩니다. 그 유사함을 통해 나의 고민과 그 결과가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대략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즉,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랍니다.
해외에서 우리 역사를 즐겁게 공부하려면.
사실 나이를 먹어가면 저절로 역사를 알고 싶고, 역사를 배우는 게 즐거워집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시간이 그만큼 쌓였고, 이제는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 볼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개인을 벗어나 우리의 과거로 조금 더 확장해 보려고 합니다. 즉, 역사를 즐기는 것은 시간이 흐를 수록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쨌건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즐겁게 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과거의 사실을 만나면서 현재와 연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구석기 시대 박물관에 가 봅니다. 구석기인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인형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네요. 한 손에는 주먹도끼, 한 손에는 고기가 들려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대부분 스쳐 지나갑니다. 아무 생각없이 바쁜 듯. 그러나 그 모습을 현재와 연결해 보죠. 퇴근하는 아버지 손에 가끔 피자와 치킨이 들려 있습니다. 구석기 사냥 끝나고 고기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과, 현재 치킨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님들은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잖아요. 그렇다면 구석기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역시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건조한 텍스트로만 과거의 역사를 만나지 마세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치열하게 살아간 시간들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는 사실. 나와 우리의 소중한 시간 역시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따라서 역사를 쉽고 재밌게 접근하는 방법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랍니다.
일제강점기 상하이의 역사성, 상징성에 대해.
일제강점기 상하이는 대한민국의 탄생을 알린 곳입니다. 대한민국의 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대한민국의 탄생은 바로 3.1운동이라는 거족적 민족 저항을 배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도부의 부재가 민족 운동을 시종일관 지도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지도부의 필요성이 느껴지면서 여러 곳에 임시 정부가 들어섭니다. 그 임시정부를 통합한 곳이 바로 상하이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바로 이곳 상하이에서 탄생했습니다. 3.1운동, 대한민국, 그리고 상하이. 이 연결 고리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역사적이고 상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항일 역사 속 인물은?
윤봉길이 의거를 일으키기 전 남긴 편지. ‘강보에 싸인 두 아들에게’라는 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알고 감동을 받는 부분은 이거죠.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ㆍㆍㆍ
그런데 저는 그 뒤 내용이 더 애잔합니다.
ㆍㆍㆍ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윤봉길은 문학가 맹자와 혁명가 나폴레옹과 발명가 에디슨을 말합니다. 아버지 윤봉길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나요. 아들들만큼은 문학가, 대통령, 발명가와 같은 인물이 되어주길 바라는 우리 시대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 전 이 대목이 더 감동을 받게 되더군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평범한 아버지로 사는 게 꿈이었을지도 모르는 윤봉길. 그러나 시대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기에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그. 선택의 순간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고뇌했을지가 느껴집니다.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 있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을 둘러보며 일제 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을 만나봅니다.
최근 함께한 3.1운동 100주년 독립대장정, 현장에서의 느낌?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 올라갔더니 많은 관광객들이 오셨더군요. 어느 초등학생이 피식거리면서 ‘에게. 정부가 뭐 이래. 너무 작다’라는 실망의 푸념을 늘어 놓더군요. 제가 조용히 다가가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작다는 느낌을 꼭 간직하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만들기 위해서 이 작고 좁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아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번듯하고 근사한 정부 청사가 아닌 한 사람도 편하게 지나갈 수 없는 이 작은 공간에서 대한민국이 탄생했다고.
이번 독립대장정 길에 오르며 느낀 건 딱 하나.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잡힐지도, 조직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 하루를 살아가셨을 그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다짐했습니다. 나 역시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되길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말이죠.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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