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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도시에서 반려동물 키우기

[2017-11-06, 14:48:27] 상하이저널

중학교 때 도시로 전학 가기 전까지 시골에 살며 항상 개를 키웠다. 100여 가구가 사는 마을에 개가 없는 집은 없었다. 초등학생도 농사를 거들며 숙제하고 2km 남짓 걸어 학교를 다니던 곳이었다. 틈만 나면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고 온 동네 집이 숨을 곳이라 술래의 수셈 소리가 들리면 니 집 내 집 할 거 없이 온 동네로 흩어졌다. 마루 밑에 있던 용진이네 강아지가 숨으러 온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서 컹컹 몇 번 짖는다. 조용히 하라 손짓하며 얼른 용진이네 부엌으로 숨어들어 채를 뒤집어 쓰고 숨었다.

 

자라며 한 번 볼까말까 했지만 어른들이 늘상 미친개(광견병) 혹 보면 방에 들어가 나오지 말라 하는 주의를 하긴 했지만 집집의 개들은 뒷산에 딸기를 따러 갈 때도 항상 우리 앞서서 같이 가며 혹시 나타 날 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 시골이었을까? 남의 집에 숨으러 가면서도 개를 무서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골도 변한 듯 하다. 시골 개들로 인한 사고 소식도 접하게 된다.

 

항상 잡종개만 키우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독일세퍼드를 데려 오셨다. 다 자라니 똑똑하기도 하지만 덩치도 정말 컸다. 이 녀석이 온 후로 술래잡기 때 아이들은 우리 집에 숨지 않았다. 어느 날은 이웃집 닭이 우리 집 현관을 넘어 들어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할아버지는 포수를 불러 아끼던 세퍼드를 딴 세상으로 보냈다. 아무리 듬직하고 예뻐도 사람만큼 중요하진 않아서 다들 수긍했다.

 

작년 이맘 때 지인이 강아지를 선물해준다는 말에 기겁했다. 도시에서 절대 키울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터다. 토이푸들이라 크기도 작고 털도 안빠진다며 말을 하면서부터 강아지 노래를 하던 막내의 애절한 눈빛과 함께 온 가족이 한 달을 고민한 끝에 토이푸들이 우리집에 왔다. 영리하고 조심성이 많은 강아지가 집에 온 듯하다. 초보자치고는 쉽게 배변 훈련과 기타 훈련이 잘 끝나고 초기 장염으로 한 번 고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더불어 잘 생활하고 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온 몸으로 주인을 맞이하고 늘 주인 옆에 붙어 교감하기를 좋아하는 녀석이 주는 기쁨이 꽤 크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기 전과 키운 후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할 때 확실히 변했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 원래도 개를 무서워 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훈련도 안되고 산책 중인 나를 향해 짖어대는 강아지를 보면 눈살부터 찌푸렸었다. 곳곳에 강아지변이 널려 있는 것을 보며 화도 많이 났다. 강아지를 키우고 난 후에도 이런 면은 여전하다. 누군가가 처리하지 않은 강아지변을 보면 산책하며 치우곤 하는 게 달라졌다면 달라졌달까? 더불어 지나가는 강아지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는 것이 바뀌었다.

 

이 녀석이 훈련이 다 되어 있는데 현관문 앞에서 나는 소리엔 여전히 예민하다. 푸들이 사냥개여서인지 조그만 녀석임에도 현관문에서 소리가 나면 곧잘 짖어대서 늘 옆집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밖에 나가면 크기가 작은 탓인지 성격 탓이지 조심스레  주인 옆에 붙어서 다니며 조용한 편이라 다행히다 싶다. 아무리 작아도 불편한 이가 있기에 몸줄은 기본 에티켓이다.

 

그런 나임에도 골든리트리버 종류가 아니고는 대형견이 옆을 지나갈 때면 나부터서도 작은 우리집 강아지를 안고서 한 발 옆으로 비켜선다. 사람을 만나듯 단지 안에서 개를 만나게 된다. 강아지를 키운 덕분에 개의 습성을 익히게 되어 개를 키워보지 않은 이보단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음을 본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기 전 나를 떠올리며 그렇지 않은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알기에 도시에서는 더더욱 견주들의 공중도덕 준수가 요구됨을 보게 된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애완견 인구가 폭증하나 보다. 한국에서는 매일 애완견 사고가 뉴스를 장식한다. 도시에서 개를 키우는 견주 입장에서 더욱 더 조심하는 계기도 되고 주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애완견인데 무작정 예쁘다고 데려다 키우며 훈련도 안하고 때론 버리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누군가 버린 개가 차가 질주하는 우중로 도로를 위험하게 가로지르는 것을 보며 아찔함을 느꼈다. 그 개가 다 건널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무리 내 집 강아지를 사랑하지만 하물며 사람을 어찌 강아지와 비교할까? 그래서 오늘도 도시의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내 이웃과의 화목을 위해, 내가 키우는 애완견을 위해 좋은 견주를 고민한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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