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숙소나 맛집을 찾는 건 일도 아닌 일이 됐다. 손안에 든 핸드폰하나면 지구 반대편은 물론 가지 않아도 앉아서 삼천리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얼마 전 중국 친구 하나가 이 핸드폰 정보와 먼저 다녀와본 선배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나홀로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
해외여행은 항상 단체로만 다니다가 이번 한국여행이 첫 자유여행이라고 했다. 양국 관계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단체여행을 갈 수 없기도 했고, 비행기 타면 두 시간도 안 걸리고, 이미 드라마로 많이 친숙해진 나라라 나홀로 가도 되겠다 싶었단다.
대륙의 눈으론 우리나라가 정말 작아도 너무 작은가 보다. 3일동안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찍고 제주도까지 갔다 온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처음에 이 스케줄을 보고 난 믿을 수 가 없었다. 휴게소에만 들렀다 오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3일동안 제주도까지 갈 수 있는지. 하지만 이미 많은 중국관광객들이 작은 나라 한국을 3일동안 쭉 훑어보고 갔다.
난 친구에게 굳이 3일동안 이렇게 많은 곳을 다닐 필요도 없고 관광목적에 따라 목적지를 두어 군데 정도 다녀올 것을 제안했다. 더욱이 혼자 다니려면 쉽지 않을 것이고, 또 화장품만 사오면 된다고 해 서울 인, 부산 아웃을 권해줬다. 3일간 한국을 홀로 다녀온 친구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데, 대부분 내가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물가가 싸다는 이야기와 한국사람들이 그리 친절하진 않았다는 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황스러웠던 이야기는 바로 음식이었다.
한국에 갔더니 음식이 다 똑같더라는 얘기다. 어딜가도 김치와 나물반찬을 주고, 어딜가도 밥을 주고, 맛집이라고 찾아갔는데 1인분은 안된다고 해서 못먹고 왔다는 얘기였다. 유난히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여서 이 친구 때문에 홍췐루 안 가본 고깃집이 없었는데, 음식이 힘들게 했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필두로 한국에 다녀왔던 다른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 친척들의 한국여행에 대한 간증(?)이 이어졌다. 모두들 하나같이 음식이 별로였단다.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평소 한국음식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이구동성으로 음식이 별로였다니? 한국음식은 가짓수가 얼마 안되는 것 같다며, 불고기가 하얗거나 빨갛거나, 낙지가 하얗거나 빨갛거나, 중국처럼 한 접시 크게, 기름이 좔좔 흐르는 요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잡채를 시킬 수 있는 식당이 없었단다. 잡채얘기를 들으니 나 또한 식당에서 잡채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한정식당이 아닌 이상 집에서 엄마가 해준 잡채밖에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 홍췐루 고깃집에선 잡채는 물론 떡볶이 해물요리까지 한 번에 주문이 가능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고깃집에서 분식은 물론 회도 먹을 수 있고….
한국음식이 단조롭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중국음식과 비교해 보니 그런 면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대륙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상하이엔 굵직한 한인타운이 자리잡고 있으니 앞으로는 고깃집만 다니지 말고 다양한 식당을 다니며, 한식의 우수성을 세뇌시켜야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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