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친구가 화장품을 하나 보여주며 한국에서 유명한 화장품인지 물었다. 화장품을 보자마자 낯선 브랜드에 낯선 포장에 누가 봐도 저가화장품이거나 짝퉁임이 분명했다. 한국 다녀온 친구한테 선물로 받았는데 용도를 몰라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화장품을 한번 돌려보고는 처음 보는 제품인데 유명한 제품은 아닌 거 같다고 하며, 밤에 바르고 자라고 설명해 주었다.
‘도대체 이런 화장품들은 어디서 사오는 거야.’
그 친구가 보여준 화장품을 보며, 한국에서 이런 제품을 판다는 것도 화가 나고, 이 제품을 또 애지중지 하는 친구한테도 쓰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에 화가 났다.
며칠 후 주방세제가 다 떨어져 온라인몰 텐마오에서 주방세제를 고르고 있는데, 프로모션을 하는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세제겉면에 한글이 써 있어서 한국제품인지 살펴봤다. 수입완제품이라는 문구는 있는데, 어디서 수입했는지가 써있지 않았다. 그래서 또 느낌이 왔다.
‘아~ 이거 또 한국 것처럼 보이게 해서 팔아 먹는 거구나! 텐마오에서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쓰나!’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원산지 없는 짝퉁제품을 마치 한국 제품인냥 속여 파는 행태를 토쑤(投诉: 소비자 고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마음은 먹었지만 차일 피일 미루다 잊어 버렸다. 그리곤 다시 텐마오 상품을 주문할 때, 그 상품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을 보고 다시 생각이 났다.
‘텐마오 정말 안되겠네! 너희들 딱 걸렸어!’
나는 만발의 준비를 하고 토쑤를 하려고 한국어로 쓰여 있는 제품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에서 찾을 수 없다면 명백한 가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품이름을 검색하는 순간, 수많은 블로그가 쫙~ 사용후기마다 극찬이 극찬이 이런 극찬이 없었다. 베이킹소다와 소금을 주 성분으로 한 세제로 과일도 씻을 수 있고, 피부에도 자극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소량으로 기름때가 말끔히 없어진다고
‘어머, 이게 어떻게 된거지? 정말? 그럼 나도 사봐야지!’
다행히 두 개 사면 50위안 빼준다는 프로모션이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저렴하게 두 개를 득템해서 배송받자마자 설거지부터 했다. 그 동안 써왔던 중국제품, 홍콩제품, 미국제품 다 저리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정력 짱! 피부보호 짱! 가격대비 용량 짱! 정말 너무나 만족스러운 제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날로 바로 2개를 더 주문하며, 이 제품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누가 짝퉁인지 내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내 나라 떠나온 지 반평생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쩌면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사람보다 내가 더 모르는 게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에 한국이라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사드영향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순간 중국친구가 물어봤던 화장품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밤에 바르고 자면 다음날 애기피부가 돼있다는 조금은 과장된 광고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엄연히 한국에서 인기있는 제품이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얼른 중국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그 화장품을 쓰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아 잘 쓰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얼른 그 제품이 한국에서 엄청 인기있는 제품이었는데, 내가 잘 몰랐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곤 나도 타오바오로 가서 그 제품을 하나 사서 잘 바르고 있는 중이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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