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승객 피살 사건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심야 서비스를 중단하자 택시, 헤이처(黑车, 불법택시) 기사들이 숨은 본색을 드러냈다.
AI재경사(AI财经社)는 지난 8일 밤 11시가 지나자 베이징, 청두, 광저우 등 각지에서 택시 기사의 바가지 요금, 승차 거부, 헤이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베이징 밤문화의 중심지, 싼리툰(三里屯)에는 지난 8일 11시가 지나자 “오늘 밤에는 디디가 없으니 얼른 차 잡아 타세요”라는 고함 소리가 이어졌다. 헤이처 기사들이 외치는 소리다.
승객들은 중국 최대 차량 예약 어플 디디 대신 선저우(神州), 리청(礼橙) 어플을 이용해 보지만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가격을 불러도 차량 예약이 힘들었다.
결국 싼리툰에서 차를 잡아타는 승객들은 수많은 택시 기사에게 승차 거부를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세 배에 달하는 가격을 준다고 말한 뒤에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중국 웨이보(微博) 등 SNS에는 택시, 헤이처 기사들의 만행을 고발한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평소엔 택시로 40위안이면 되는 거리를 헤이처 타고 150위안에 겨우 왔다”, “택시 기사가 미터기도 켜지 않고 평소 가격보다 두 배 높여 부르네”, “베이징 퇀지에후(团结湖)에서 신세계까지 50위안도 안 나오는데 헤이처 기사랑 겨우 흥정해서 120위안에 왔다”는 등 대부분 바가지 요금 피해를 토로했다.
같은 시간 중국 창사, 청두, 광저우 등에도 비슷한 피해가 이어졌다. 한 20대 여성은 평소 지인들과 술 한잔 하고 습관적으로 디디 어플을 이용했는데 이 날은 길거리에서 여러 번 승차 거부를 당한 뒤에 끝내 바가지 요금을 내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탈 거냐 안 탈 거냐, 안 타려면 핸드폰으로 디디 열심히 불러보든가”라며 뻔뻔한 기사의 태도에 분노했다고 호소했다.
디디의 서비스 중단으로 궁지에 몰린 건 승객 뿐만이 아니다. 디디에 등록한 인터넷 예약 차량(网约车) 기사 중 일부는 헤이처 기사의 ‘뻔뻔함’에 익숙치 않아 길거리에 나오기를 포기했다.
디디에 등록된 기사 리린(李林)은 낮에는 사장의 운전기사로 밤에는 디디 어플을 이용해 승객을 태우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디디의 심야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벌이가 반으로 줄었다.
디디 승객 피살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자 중국 교통부는 지난 8월 말 이틀에 걸쳐 12개 도시에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청두(成都)시의 경우 디디 등록 기사들에게 차량 등록 증명서 등 각종 증명 서류를 요구했다.
이 같은 조치는 기사를 비롯한 차량 렌트 시장까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주증을 보유하지 않은 디디 기사들은 차량을 렌트하는 방법으로 운행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디디에 등록된 기사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헤이처 시장으로 뛰어들어 더 많은 헤이처가 양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디의 심야 서비스 중단이 승객의 ‘택시 잡기 대란(打车难)’, 헤이처 시장, 차량 렌트 업계까지 파장이 이어지자 정부 당국과 경찰 등이 디디가 중국 택시 운영 효율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민희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