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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르포> "다음주가 되면 모든 게 드러나겠죠"

[2006-10-23, 10:41:44] 상하이저널
(단둥=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북한의 핵실험 직후 숨가쁜 날의 연속이었던 중국의 단둥(丹東)시는 21일 토요일을 맞아 모처럼 한산한 분위기였다.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몰려 들면서 취재 열기로 달아 올랐던 단둥세관도 이날 휴일을 맞아 업무용 차량 등을 제외하고는 주차장이 텅 빈 모습이었으며, 평일이면 북한 무역업자들로 붐비곤 했던 인근 상가도 대부분 문을 닫아 적막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단둥 현지의 대북무역업자들은 다음주 중 세관이 폐쇄될 수도 있다는 보도나 관측에 대해서는 "북중관계가 아무리 악화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음주가 되면 뭔가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며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대북제재 중국에도 역풍"
단둥시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싼마루(三馬路)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한 중국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이 북한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느냐"고 묻자 "한국 사람들은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지만 우리는 별다른 심리적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5천만위안(약62억원)을 투자했다는 중국인 왕(王)모씨는 "중국인들의 북한에 투자한 금액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며 "중국의 대북제재는 중국인 투자자나 무역업자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어 정부에서 상당히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시에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나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들은 연일 북핵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한국 TV를 주로 시청하고 있는 탓인지 일반적인 중국인에 비해 북핵사태의 추이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10년 전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 북한 태생의 한 화교는 "나도 대북무역에 관여하고 있어 무역 관련 소식에 정통한 편이지만 한국이나 외국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 내가 이곳에서 체감하고 있는 실제 분위기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단둥시내 중심가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한 조선족 여사장 역시 "외국 언론에서 없는 것을 만들어 보도하지 않겠지만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세관이나 변방수비대에 끈이 있는 지인을 통해 확인을 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저런 얘기가 언론을 통해 봇물터지듯 쏟아지면서 이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다음주가 되면 조선(북한)과 중국 양국 사이에서 실제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단둥에서는 어제 랴오닝성의 세관 총책임자가 단둥에 내려와 회의를 개최하고 "북중무역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설마 세관이 문을 닫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낙관 섞인 전망을 내놓는 소식통도 있었다.

이 소식통은 "회의에 참석했던 한 세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며 "그는 '다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세관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중국인 왕(王)씨는 "중국의 대북제재는 중국인 투자자나 무역업자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단둥시내 중심가에 자리를 잡은 쇼핑거리 신류가(新柳家)는 중국의 대북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맞아 쇼핑을 겸해 바람을 쐬러 나온 연인이나 가족 단위 외출객으로 북적거렸다.

압록강철교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북한에서 핵실험을 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즈다오(不知道.모르겠다)"라며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압록강 철조망을 두고서도 '설왕설래'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 압록강과 접하고 있는 국경지대에 설치한 철조망을 두고서도 그 용도에 대해 단둥의 시민들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철조망 설치를 대량 탈북사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 대비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단둥시 외곽의 후산장성(虎山長城)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자오(趙)모씨는 "변방부대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3일 동안 철조망을 세웠다"면서도 그 용도에 대해서는 "조선에 사는 사람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도둑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압록강철교를 기준으로 하구 방향으로 지난 7월 설치가 완료된 철조망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의 월경을 막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경계표시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이 많았다.

북한의 용천군 황금평 건너편에 거주하는 한 70대 중국인 노인 역시 "올해 5월 도로공사와 함께 철조망 설치공사도 시작됐지만 철조망은 변방부대에서 조선과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둥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실제로 현장을 한번 찾아보기도 했지만 대량 탈북을 막으려고 설치한 것으로 보기엔 철조망이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단둥시는 지난해부터 압록강을 따라 후산장성에서 둥강(東江)시에 이르는 총 61.8㎞의 압록강 관광대로를 새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논밭이었던 곳에 도로를 뚫으면서 북한과 바로 경계를 접하게 된 약 6㎞ 구간에 철조망을 설치한 바 있다.

= 용천사고 이후 최고의 취재 열기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단둥시에는 2004년 4월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가장 많은 외국 취재 인력이 머물면서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단둥의 한 택시기사는 "어제는 미국 언론사에서 왔다는 기자들을 손님으로 태우고 시내를 돌아다녔다"면서 "외국 언론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라며 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둥에서 압록강철교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중롄(中聯)호텔과 궈먼(國門)호텔 등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 찾아온 취재진의 투숙이 잇따르면서 관광 비성수기에도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한 호텔의 종업원은 기자가 카메라 장비를 들고 방을 달라고 하자 "혹시 기자냐"고 관심 있게 되물으면서 비자와 여권기재 사항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단둥에 머물고 있는 외국 기자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취재 과정에서 이들이 당한 '수난' 사례가 세관과 접촉이 잦은 대북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한 중국인 무역업자는 "홍콩에서 온 한 언론사 기자가 세관을 찾아가 취재를 시도하다 세관 관계자로부터 '내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중국인 남자는 중국이 대북송금 업무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한 외국 기자의 부탁으로 직접 중국돈 2천위안(약25만원)을 들고 한 은행을 찾아가 대북송금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했다가 '목적'이 탄로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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