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참게가 살다

[2019-04-25, 13:02:13] 상하이저널
내가 사는 아파트 한켠엔 하천이 흐른다. 몇 년 전만 해도 더운 여름이나 눅눅한 날씨엔 하천쪽에서 냄새가 나 멋진 산책로를 외면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조그만 배가 다니더니 산소를 공급하는 조그만 통이 여기 저기 설치되었다. 뿐이랴 하수 구멍도 시멘트로 막더니 산책할 때 강쪽을 바라보며 감상할 정도로 쾌적해졌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큰 물고기 잡이 그물을 여기저기 드리운 이들이 나타난 지가 한참이다. 천변 양쪽에 공용 운동기구를 설치해 놓았는데 하천 쪽을 바라보며 운동할 때면 경치에 감탄할 정도다. 쑤저우, 항저우의 수준 높은 정원 문화가 녹아 있어서인지 주변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천의 냄새가 사라지니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하천 양쪽 얕은 지역엔 군데군데 조그만 습지가 있고 수생식물들이 자란다. 겨울엔 없는 것처럼 흔적만 있는데 봄이 오면 싹이 올라오고 요즘엔 하루에 10-20cm씩 자라는 듯 하다. 물 속에서 자라서인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수생식물이 자라 뒤덮기 전 겨울의 흔적이 있던 땅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어서 남편과 산책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구멍들 여기저기서 구멍의 주인들이 나타났다.

참게, 진짜 참게였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1급수 지역에 살았지만 참게를 본 적이 없었다. 상해에 와서 시장에서 참게를 보았다. 시장에서만 보던 참게를 내 발밑에 자생하는 살아 있는 참게로 보니 경이롭다. 

조그만 소리에 후두둑 수십 마리의 참게가 일제히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간다. 조용히 기다리니 정말 조신하게 한 마리 두 마리 수 십 마리가 구멍 밖을 나와 거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소풍을 가는 듯도 보이고, 유치원을 가는 듯도 보이고, 식사를 하는 듯도 보이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들이 분주하고 앙증맞고 귀엽다. 아무것도 아닌 아파트 옆 도시 하천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조금만 주의해 주고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고 조금만 더 아껴 주고 기다렸더니 오래지 않아 새들이 돌아 오고 물고기가 돌아 오고 참게가 돌아왔다. 

내 것도 아닌데,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어디에 마구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들이다. 더불어 자연의 회복력에 감탄하고 있다. 도시 한복판의 조그만 하천 습지에서 참게를 조우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북극곰이 700km 떨어진 러시아 북쪽 마을까지 비쩍 마른 채 왔다는 기사를 접했다. 큰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잔뜩 담다가 손이 부끄러워진다. 조금만 더 주의하고 조금만 더 불편하고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고 좀 더 아끼면 북극곰이 북극에서 먹을 것을 구하게 되지 않을까? 돌아 온 참게를 보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메이퇀으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려 한다. 타오바오에서 조그만 장신구 하나 주문했는데 깨지지 말라고 한 포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우리 집 옆에 사는 참게 때문에 엄청 의식하게 된다. 이 불편한 마음이 모여 북극곰을 북극에 돌려 보낼 수 있게 되길 꿈꾼다. 참게가 곁에 이웃으로 살게 되었듯이.

Renny(denrenhan@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 스포츠산업, 여성들을 주목할 때 hot 2019.05.04
    인터넷에서 소비능력 순위로 '여성-아이-노인-개-남자'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성들의 소비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포츠산업..
  • [책읽는 상하이 32] 명상에 답이 있다 2019.04.27
    뇌를 움직이는 마음의 비밀장현갑 | 담앤북스 | 2013.06.17 “50세 이후부터는 체력이 능력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며 건강 공부 한창 할 때, 한..
  • 꽃피는 5월, 축제로 더 화사하게 hot 2019.04.27
    나들이 하기 좋은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과 눈부신 햇살아래 아름답게 빛나는 꽃송이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상하이의 5..
  • 행사의 여왕 5월, 이번 생에 꼭 봐야 할 전시들 hot 2019.04.27
    마드모아젤 프리베: 샤넬 전시회(Mademoiselle Privé:走进香奈儿)기존 패션의 틀을 깨버리고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주의 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가브리엘 샤..
  • 핀둬둬, 기업공개 후 첫 실적공개, 102억元 적자 hot 2019.04.25
    공동구매 어플인 핀둬둬(拼多多)가 나스닥 상장 이후 첫 연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핀둬둬가 공개한 2018년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핀둬둬의 지난해 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3.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4.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5. 마음만은 ‘국빈’, 江浙沪 국빈관 숙..
  6.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7.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8.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9.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10. 가을은 노란색 ‘은행나무’의 계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6.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9.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10.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사회

  1.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2.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3.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4.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문화

  1.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2.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3.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5.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4.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5.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