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한참 팬텀싱어에 꽂혀 지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 30-50대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슈퍼밴드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됐을 때 취미로 기타를 치는 남편은 또 꽂혔다. 차이가 있다면 슈퍼밴드는 남편과 함께 나를 비롯 우리 가족 전체가 보았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대한민국에 참 악기천재가 많고 실력자가 많구나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도 악기를 하나씩 배웠지만 홀로 꾸준히 취미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얼마나 연습했을까? 그러면서 취미가 아닌 본업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언뜻 비춰지는 출연자들의 속내에서 쉽게 유추됐다. 쏟아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지칠 법도 한데 포장일 수도 있고, 각본일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출연자들의 간절함은 늘 열혈 시청자들을 만들어 내는 듯 하다.
눈호강, 귀호강을 하는 공연들이 회를 거듭하며 나왔다. 두 딸들의 모닝콜이 슈퍼밴드 음악들로 바뀌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슈퍼밴드 출연자들은 다양한 악기와 음색의 보컬이 있어서인지 최선을 다한 음악이 서바이벌 특성 상 패했음에도 승자나 패자나 아낌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같은 가족이어도 기질과 성향이 다르다 보니 마지막 결선을 앞두고 뽑힌 4팀에 대해 우리 모두 응원하는 팀이 달랐다. 결선을 앞두고 둘째의 입시를 위해 한국에 들어 와 문자 투표를 하게 됐는데 결국 골고루 4팀에 다 하다 보니 우리 가족표는 무효표나 다름 없었다.
뒤늦게 한국에 온 막내가 친구들과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슈퍼밴드에서 본인이 응원했던 팀을 마주쳤다. 우리 가족만 슈퍼밴드를 본 것인지 같이 간 친구를 비롯 주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해서 막내가 용기를 내 사인도 받고 인증샷도 찍어 왔다. 돌아 와 흥분해 설명하는 막내를 보며 온 가족이 함께 흥분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밴드라는 영역이 대중화되기 정말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타를 치고 밴드에 관심 많은 아빠의 영향을 받아 우리 애들이 유독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막내는 본인이 응원했던 밴드의 콘서트를 갔다.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너무 훌륭해서 사인까지 받으며 나름 한국에 와서 알찬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슈퍼밴드 출연 전 콘서트 때는 티켓이 팔리지 않아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티켓을 팔았는데 인지도가 올라가고 티켓이 매진돼 감사하다 했다며 막내가 콘서트 소감을 풀어 준다. 여느 아이돌 콘서트 보다 막내에겐 관중 입장에서 의미 있고, 수준 높은 공연이었던 듯 하다.
날짜도, 공연 장소도 안 맞아 더 많은 공연은 참여를 못했지만 올 여름 우리 가족에겐 슈퍼밴드가 소소한 행복을 안겨 주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데뷔하는 아이돌처럼 프로그램이 끝난 후 폭발적인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조금 더 높아진 인지도에도 감사하며 그들이 묵묵히 걸어 갈 음악의 길을 지켜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본인의 꿈을 품고 어느 길을 걸어가든 그들이 걸어갈 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욱 응원하게 된다. 오랜만에 묵혀 둔 내 기타를 들어 본다. 여전히 어렵다. 많은 관객들 모습에 감격하며 함박 웃음을 지으며 너무도 쉽게 연주하던 아티스트들,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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