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슈퍼밴드

[2019-08-08, 11:16:08] 상하이저널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한참 팬텀싱어에 꽂혀 지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 30-50대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슈퍼밴드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됐을 때 취미로 기타를 치는 남편은 또 꽂혔다. 차이가 있다면 슈퍼밴드는 남편과 함께 나를 비롯 우리 가족 전체가 보았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대한민국에 참 악기천재가 많고 실력자가 많구나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도 악기를 하나씩 배웠지만 홀로 꾸준히 취미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얼마나 연습했을까? 그러면서 취미가 아닌 본업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언뜻 비춰지는 출연자들의 속내에서 쉽게 유추됐다. 쏟아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지칠 법도 한데 포장일 수도 있고, 각본일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출연자들의 간절함은 늘 열혈 시청자들을 만들어 내는 듯 하다.

눈호강, 귀호강을 하는 공연들이 회를 거듭하며 나왔다. 두 딸들의 모닝콜이 슈퍼밴드 음악들로 바뀌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슈퍼밴드 출연자들은 다양한 악기와 음색의 보컬이 있어서인지 최선을 다한 음악이 서바이벌 특성 상 패했음에도 승자나 패자나 아낌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같은 가족이어도 기질과 성향이 다르다 보니 마지막 결선을 앞두고 뽑힌 4팀에 대해 우리 모두 응원하는 팀이 달랐다. 결선을 앞두고 둘째의 입시를 위해 한국에 들어 와 문자 투표를 하게 됐는데 결국 골고루 4팀에 다 하다 보니 우리 가족표는 무효표나 다름 없었다. 

뒤늦게 한국에 온 막내가 친구들과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슈퍼밴드에서 본인이 응원했던 팀을 마주쳤다. 우리 가족만 슈퍼밴드를 본 것인지 같이 간 친구를 비롯 주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해서 막내가 용기를 내 사인도 받고 인증샷도 찍어 왔다. 돌아 와 흥분해 설명하는 막내를 보며 온 가족이 함께 흥분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밴드라는 영역이 대중화되기 정말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타를 치고 밴드에 관심 많은 아빠의 영향을 받아 우리 애들이 유독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막내는 본인이 응원했던 밴드의 콘서트를 갔다.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너무 훌륭해서 사인까지 받으며 나름 한국에 와서 알찬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슈퍼밴드 출연 전 콘서트 때는 티켓이 팔리지 않아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티켓을 팔았는데 인지도가 올라가고 티켓이 매진돼 감사하다 했다며 막내가 콘서트 소감을 풀어 준다. 여느 아이돌 콘서트 보다 막내에겐 관중 입장에서 의미 있고, 수준 높은 공연이었던 듯 하다. 

날짜도, 공연 장소도 안 맞아 더 많은 공연은 참여를 못했지만 올 여름 우리 가족에겐 슈퍼밴드가 소소한 행복을 안겨 주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데뷔하는 아이돌처럼 프로그램이 끝난 후 폭발적인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조금 더 높아진 인지도에도 감사하며 그들이 묵묵히 걸어 갈 음악의 길을 지켜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본인의 꿈을 품고 어느 길을 걸어가든 그들이 걸어갈 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욱 응원하게 된다. 오랜만에 묵혀 둔 내 기타를 들어 본다. 여전히 어렵다. 많은 관객들 모습에 감격하며 함박 웃음을 지으며 너무도 쉽게 연주하던 아티스트들,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Renny(Rennyhan@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무더위 날리는 상하이 수제맥주 맛집 hot 2019.08.10
    무더위 날리는 상하이 수제맥주 맛집 찌는 듯한 무더위 상하이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맥주다. 집 앞 편의점에서 콜라보다 쉽게 입맛대로 골라먹는 캔맥주도..
  • 여름의 예술, 8월 상하이 전시 hot 2019.08.10
    빅토르 위고, 천재의 마음维克多·雨果:天才的内心불후의 걸작 《노트르담 드 파리》, 《레 미제라블》을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화가, 장..
  • 中 의료미용 시술, 미•브라질 제치고 세계 1위 hot 2019.08.08
    中 의료미용 시술, 미•브라질 제치고 세계 1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의료미용 시술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의료미용시장이 되고 있다. 7일 펑파이신..
  • 텐센트,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셜뮤직 지분 인수 hot 2019.08.08
    텐센트,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셜뮤직 지분 인수 중국 최대의 게임사이자 SNS 기업인 텐센트(腾讯)이 세계적인 음반사인 유니버셜 뮤직 지분을 인수한다. 프랑스...
  • 中 미국 제치고 유럽영화 최대 시장 hot 2019.08.07
    中 미국 제치고 유럽영화 최대시장 중국이 미국인보다 유럽영화를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환구망(环球网)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헐리우드 리..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3.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4.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5. 마음만은 ‘국빈’, 江浙沪 국빈관 숙..
  6.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7.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8.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9.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10. 가을은 노란색 ‘은행나무’의 계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6.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9.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10.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사회

  1.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2.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3.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4.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문화

  1.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2.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3.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5.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4.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5.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